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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현 Dec 19. 2020

눈꽃 편지

겨울눈이 문득 

적막한 편지처럼 떨어진다. 

수북이 쌓이는 읽지 못할 편지

읽기 전에 이미 사라져 버릴 허전한 소식.    

 

사람들은 거리로 총총히 사라지고

눈부시게 외로운 거리를 지나쳐

가고 또 가는 눈 오는 길에

누군가 눈사람 되어 서서 

눈 속의 그리운 편지를 

뜨거운 눈으로 읽고 있다. 


걷고 또 걸어도

다신 만날 수 없는 거리처럼 

쉽게 눈꽃 편지를 읽지 못하는

눈 내리는 날  

희게 떨어져 쌓이는 눈꽃 편지를

혼자 펴보는 사람이 있다.    

  

가끔은 나도

하얀 눈사람이 되어

횡단보도 앞에서 푸른 불을 놓치고 

흰 편지를 읽는 그런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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