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눈이 문득
적막한 편지처럼 떨어진다.
수북이 쌓이는 읽지 못할 편지
읽기 전에 이미 사라져 버릴 허전한 소식.
사람들은 거리로 총총히 사라지고
눈부시게 외로운 거리를 지나쳐
가고 또 가는 눈 오는 길에
누군가 눈사람 되어 서서
눈 속의 그리운 편지를
뜨거운 눈으로 읽고 있다.
걷고 또 걸어도
다신 만날 수 없는 거리처럼
쉽게 눈꽃 편지를 읽지 못하는
눈 내리는 날
희게 떨어져 쌓이는 눈꽃 편지를
혼자 펴보는 사람이 있다.
가끔은 나도
하얀 눈사람이 되어
횡단보도 앞에서 푸른 불을 놓치고
흰 편지를 읽는 그런 사람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