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가지 위
모과 몇 개가 노란 얼굴로 걸려있다.
떨어질 건 이미 다 지고
남은 것들은 무엇이 안타까워 저렇게
빈 가지를 꽉 움켜쥐고 있나.
우리는 또 무엇이 아쉬워
이 생에서 놓지 못하는 게 있나.
외줄 타기처럼 아슬아슬한
가는 선 위에 올라
온갖 굴욕과 바람을 견디며
버티고 있나.
아, 가끔은 그런 것이다
저 먼 가지 위 모과도 한 겨울 동안
새파랗게 얼어 맨몸인 채 노랗게 질려도
제 살던 곳의 높이를 고스란히 견딘다.
위태로운 줄에서 내리지 못하는
아슬아슬하게 버티는 삶 하나가
번번이 노랗게 질려있지만
그래도 내려서지 말고 견디라 한다.
마침내 노오란 향기로 남으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