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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현 Mar 19. 2021

모과나무가 있는 골목

먼 가지 위

모과 몇 개가 노란 얼굴로 걸려있다.

떨어질 건 이미 다 지고

남은 것들은 무엇이 안타까워 저렇게

빈 가지를 꽉 움켜쥐고 있나.


우리는 또 무엇이 아쉬워

 생에서 놓지 못하는 게 있나.

외줄 타기처럼 아슬아슬한

가는 선 위에 올라

온갖 굴욕과 바람을 견디며

버티고 있나.


아, 가끔은 그런 것이다

저 먼 가지 위 모과도 한 겨울 동안

새파랗게 얼어 맨몸인 채 노랗게 질려도

제 살던 곳의 높이를 고스란히 견딘다.


위태로운 줄에서 내리지 못하는

아슬아슬하게 버티 삶 하나가

번번이 노랗게 질려있지만

그래도 내려서지 말고 견디라 한다.

마침내 노오란 향기로 남으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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