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금치를 다듬는 시간

by 이지현



비빔밥에 넣을 시금치를 다듬다가

문득 시금치의 향기를 벤다.

언젠가 우리도

이다지 푸릇한 누군가의

향기를 베며 살아온 것이 아닐까.

우리 향기도 베인 채

돌아오지 못하고 있을까.

시금치의 목숨 하나가

가볍지 않은 저녁에

다시는 누군가를 베지 않으리라

다짐하는 시간.

푸릇한 향기 하나

마음에 품는 시간.

시금치를 다듬는 저녁은

언젠가 우리가 베었을지 모를

푸른 사랑이 그리운 시간이다.

매거진의 이전글엄마의 밥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