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천천히 오는 사랑

by 이지현


그건 너무 쓸쓸한 짓이다.

언제 올지도 모르는 끝을 지치도록 바라보는 일에 대해

어느 날 누군가 물었다.

사랑은 천천히 걸어서 아주 늦게 도착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런 웃기는 말을 정답이라고 듣는 벗이 고개를 파묻고 조금 울었다.

나는 돌아서서 그보다 조금 더 울었다.


길이 흔들렸고 자라는 나무들을 보여주었다.

흰 눈이나 차가운 빗물이 어루만지고 가거나

가끔은 가벼운 바람도 불다 갔지만

대부분은 예리하게 자른 팔을 들고 서있었다.

다시 왔을 땐 나무는 그 길이 주소인양 움직이지 않았다.

길은 아직도 흔들리고, 어느 누구도 지나간 흔적이 없었다.

뿌리는 더 깊어지고, 물관은 더 단단해져 울음소리조차 잠겼다.


아직도 사랑은 걸어서 천천히 오는 것이라고 믿는 벗을 버리고 싶었다.

그건 너무 슬픈 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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