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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현 Sep 23. 2020

먼 그대

산이 지워졌다.

날이 흐렸다.  

창에서는 늘 산 등성이 두 개가

마음을 쭉 뻗고 누워있다가

계절마다 멀어졌다가 가까워졌다.


꽃이 피고 푸른 나무들이 무성해지면서

산은 너무 바싹 다가와 앉더니

뒷 산 하나가 너무 멀어서

기어코 지워졌다.


그럴 것이다.

가끔씩 멀어졌다가 가까워졌다 하는 너

삶의 먼지가 자욱히 서리면

마음 안에서 보이지 않을 것이다.


네가 보이지 않을까 봐

이렇게 반짝반짝 창을 닦지만

닦는 일마저 잊을까 두렵고

바람보다 생은 더 가볍다.  


너무 먼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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