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우기의 시간을 건너니 꽃이 피네
실행
신고
라이킷
11
댓글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이지현
Oct 07. 2020
배롱나무 있는 풍경
골목이 끝나는 곳에
목백일홍이 마침내 지고 있었다.
한 여름을 몸살 앓듯
핏빛 연서같은 꽃은 피고 지면서
헤매는 사람들도 상처처럼 아팠다.
그 골목을 지날 때마다
백일홍 붉은 꽃잎이 펄럭 날려
딱 백일만 긴 불면의 밤을 뒤척였다.
이제 그 골목을 지나는 사람은
다시는 편지를 쓰지 않고
다시는 그리움을 앓지 않는다.
울음보다 붉던 목백일홍이 보낸
매끈한 청색의 신호를 들으며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발소리를 돌려
옷깃을 여며 부드럽게 흘렀다.
골목이 끝나는 곳에
붉은 꽃잎이 말없이 진 가을.
우리의 비애도 그 어느 날에
자국도 없이 봉합되어
아무렇지 않은 말짱한 얼굴로
생과 같이 저물어갈 것을.
목백일홍 나무가 선 골목에선
그렇게 조용한 혁명이 시작되었다.
keyword
가을
시
백일홍
이지현
소속
직업
출간작가
식탁 위의 진심
저자
홍대앞 핑크집짓기, 소장시집의 에세이, 시쓰기는 스스로에 대한 위로, 틈틈이 쓰고 있습니다.
구독자
1,739
제안하기
구독
매거진의 이전글
먼 그대
골목길 풍경
매거진의 다음글
취소
완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검색
댓글여부
댓글 쓰기 허용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