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외롭다는 말은 않으리.
오래 묵상의 시간을 견디고 있을 뿐
한 번은 그 오랜 침묵을 깨고
물거품처럼 옅은 그리움을 버릴 것이다.
그 봄과 여름 사이
우리는 숱한 음모를 계획했고,
수상한 낭만이 흐르는 강 언저리나
헛소문 만발한 그 꽃핀 들녘에서
오래 그리워할 것처럼 눈짓했지만
인생은 사이비교주처럼 짐짓 속이며
또 한때는 열광할 수 있는
푸른 시간임을 알고 있었다.
정녕코 사소한 기억은 하지 않으리.
이 지상에서 우리가 안 적이 있었음을.
그저 가는 비 그친 사이
은은히 피어나는 눈물에 적신 얼굴 위,
누군가 가만히 드려다 보고 물으면
강물 건너가는 안개에 젖었노라
빈말이나 하며 떠날 것이다.
지상은 온갖 고독으로 피는 빈 방이었다.
우리는 아주 잠깐도 만난 적이 없었다.
사랑은 더구나 한 적이 없었다.
그래도 굳이 누군가 묻는다면
푸른 시간의 한 언저리
순결한 까마귀처럼 서성거렸다 말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