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햇빛이 놀다간 반짝이던 장독도
어둠을 빨아들여 보이지 않았다.
새벽이면 퐁퐁거리며 솟는 우물도
깊고 깊어서 보이지 않았다.
할머니가 참빗을 들고
사악사악 긴 머리를 내려 빗는 새벽
동백기름만 남은 별빛에 흔들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창호지 문 저 편.
언젠가 할아버지의 꽃상여가 떠난 길.
긴 골목길의 인기척 하나 없는 적막 속으로
누군가 저벅거리며 걸어오고 있었을까
아무리 함께 들여다보아도 나는 보이지 않는 그 길.
할머니는 흐린 창호지문 너머로
옥빛 비녀를 꽂은 채 새벽을 지켰다.
할머니의 참빗은
시간을 빗는 쓸쓸한 노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