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생각하네.
마음을 가린 그늘이 있는지.
여기저기 가을꽃은 잔잔하고
슬픔처럼 키가 낮은데
가을꽃 지는 자리 함께 지는 것들.
언젠가 쓰러졌던 마음 같았네.
오랫동안 햇살은 가을 꽃밭에 머물러
영영 지지 않을 것처럼 그립고
쓸쓸한 꽃잎들을 거느리고 낙하하는
봄 편지 같은 윤기 나는 씨앗들
불현듯 마음 일으켜 따스함을 읽네.
허무롭게 걸어온 길 위에서 꿰맨 시간들
이제 얼마든지 손들어 쓰다듬을 수 있어.
깊은 보랏빛 슬픔이 남았던 가을 꽃밭에
누군가 말없이 마음 밀고 들어와
기다림의 긴 긴 편지를 함께 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