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짓기처럼 기초가 튼튼하다면

- 기초를 하다가 신화의 시대까지 묵상하다

by 이지현

기초의 중요성



구옥은 2층 철거를 했지만 1층은 철거를 하지 않고 그대로 남겨두었다. 이 남겨둔 일이 나중에 큰일을 하게 될 줄을 초보 건축가는 전혀 몰랐다. 기초 부분의 작업과 빔을 다 할 때까지, 또 추위를 막아주는 일까지, 콘크리트 양생까지 1층의 쓰임새는 다양했다. 그냥 영화나 드라마처럼 한꺼번에 탁 털어버리는 것인 줄 알았는데, 너무 드라마틱하고 극적인 것을 많이 본 모양이었다.

글을 가르칠 때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글짓기는 집 짓기처럼 기초부터 튼튼히 쌓아 올리는 것이라고 그냥 말만 했었다.

막상 집 짓기를 해보니, 감성과 타고난 재능만으로도 사실 글을 너무 잘 쓰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던 글짓기와, 집은 달라도 너무 많이 달랐다. 집 짓는 분들의 노동은 힘들고 정교해서 존경스러울 지경이었다.

집 짓기의 기초 작업을 보면서 어떤 일이나 기초부터 튼튼하게 이룰 수만 있다면 안 되는 일이 거의 없지 않을까를 배우고 또 배웠다.


2층 철거가 정말 무사히 끝나고 철근배근이 있다고, 설계사무소의 힘든 일을 도맡아 해 주시는 정 팀장님이 카톡을 했다.


'독립 기초에 철근 배근이 이루어지는 중요한 날이므로 내일은 감리 차 현장에 상주합니다'


가볼 시간이 없었는데 정말 다행이라고 감사 감사를 외칠 수밖에 없었다. 또 철근 배근이 그렇게나 중요한 것도 알게 되었다. 나는 가지 못하고 딸을 대신 보냈다.



독립 기초 형틀 설치



독립 기초 형틀 만들기가 시작되었다. 형틀을 레벨에 맞추어 설치한다. 독립 기초란 기둥이 들어갈 하부 자리에 미리 기초를 해두는 것이다.

콘크리트 타설시에 형틀이 제대로 잡아주지 않으면 집의 기울기와 문제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매우 중요한 작업이라고 한다. 형틀이 부실하면 콘크리트가 한쪽으로 쏠리거나 망가지면서 집이 기울 수 있는 것이다.


형틀은 형틀 목수가 만드는데 어릴 때 본 목수들의 솜씨에 늘 감탄하던 장면이 떠오른다. 평균대 같은 긴 판지위에서 대패질 몇 번이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만 같던 그때. 지금은 좋은 설비, 기계들이 나왔겠지만, 어느 때나 장인의 솜씨는 오랜 시간의 축적이라서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것이다.


집의 기울기와 관련 있다는 것을 알게 되니 피사의 사탑이 문득 떠오르고, 설계사무소 정 팀장님이 철근 배근 현장은 현장 감리하러 아예 상주한다고 하는 말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철근 배근이 그렇게 중요하다니



철근 배근



형틀 둘레에 흙을 충진하고, 형틀 바닥을 다시 다지고, 비닐을 깔고 하는 작업이 계속된다. 독립 기초 콘크리트 타설을 위해 천장 서포트를 함께 고정시키기 위해 원형 백관을 가공한다.

이 모든 작업이 완료되어야 철근 배근이 된다.

철근의 두께나 기초 문제와 관련한 부분들은 구조설계에서 나온 대로 해야 한다. 임의로 할 수가 없다고 한다. 건축가의 설계조차도 이 구조설계대로 해야 한다고 하니 연결되는 모든 기초작업이 이렇게 긴밀하게 이어지고 어느 하나가 구비되지 않았거나 부실하다면 말 그대로 부실시공이 되는 셈이다.


배근 작업이 이루어졌다.

그제야 왜 구조계산이 중요한지 절감했다.


https://brunch.co.kr/@greensonata/474


서포트 시공과 수직도 검사



이 부분은 이후 근생 시설 입구 쪽이 되었다. 작업의 난이도가 보기만 해도 너무 어려워 보인다.

일일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노동의 현장이다. 그리고 아마추어의 솜씨로는 어림도 없는 작업들이다. 좋은 시공사가 필요하다는 것을 늘 절감하지만 기초 작업한 단계들을 보면서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삼면의 벽체를 없애고 진행될 구조공사시, 천정 하중을 잘 지지할 수 있도록 수직도를 꼼꼼히 검사해야 한다. 서포트를 시공하면서 일일이 수직을 맞추어야 하고, 기울기를 체크해야 한다.


언젠가 건축현장을 감독하는 분의 글을 읽다가 집 준공 후에 밤마다 툭툭 소리가 나면 그건 집이 조금씩 기울어지고 있는 소리라고 잘 귀 기울여 보라는 구절이 있어서 한 번씩 귀 기울여보지만 당연히 그런 소리는 없거니와 새벽 고양이 우는 소리나 들릴 뿐이다.

그러나 집들의 기울기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니 자기 집을 점검해보라는 말이기도 하다. 부실시공으로 무너지는 건물들의 뉴스를 하도 많이 봐서 섬찟하지만, 그래도 아파트 같은 고층건물에서 살지 않게 된 이후로는 그 스트레스가 훨씬 덜하다.



근생쪽 서포트 작업이 끝난 날



서포트 상부는 기존 보에 앙카로 고정하고, 하부는 독립 기초 철근에 용접으로 고정한다.

이런 세세한 구조물의 설치조차도 구조계산서에 일일이 적혀 있어서 정말 그대로만 하면 시공은 완벽함을 보장할 것이다.



서포트 작업 계속 및 백관 가공



천정에 앙카로 고정할 베이스 판들도 용접을 해야 한다.


서포트 작업 완료



총 13개의 서포트 작업이 완료되었다.

며칠 동안 가공 작업과 앙카, 터 잡기, 고정작업 등이 계속 진행되었다. 그런데 이때는 초보 건축가라서 너무 무지해서 실내에 가득한 서포트들을 보면서 저건 그대로 남겨두는 것인지, 실내를 어떻게 나누는 것인지 걱정이 태산이었다. 아니면 빔으로 한다는게 저건가까지 생각하면서 어떻게 처리할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런데 1달 반 후에 1층 철거를 하니 서포트들이 하나도 남지 않았다. 속이 시원하기도 하면서 공부를 좀 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그때는 그럴 겨를조차 없었다. 내부 마감을 하러 뛰어다녀야 했기 때문이다.




설계도면과 구조 설계에 명시되는 기초시공





1층의 기초가 되는 설계에서는 초보 건축주는 잘 알지 못하는 전문 용어로 가득했다. 이때 정 팀장님의 카톡에는 시공이 들어가면 제일 먼저 할 일이 욕실과 수전이니 알아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실 초보라서 설계도를 보면 지금도 무슨 말인지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글을 쓰면서 어느 정도 공부하고 찾아보니 비닐이 들어가는 이유와 190짜리 가등급 단열재 등이 들어가는 이유 등은 알아냈다.

당시는 설계사무소를 완전히 믿고 전부 다 맡겼었다.


추후 준공에 이르자 시공사 현장소장님이 고개를 엄청 흔드시면서 집 짓는 것보다 건축가님이 더 힘들었다는 말을 했다. 그때 깜짝 놀라서, 왜 건축가님이 좋으신데요 했더니,


"어찌나 집 짓는데 까다롭게 굴던지 아이고.."

"그렇게 까다롭게 굴지 않으실 듯하던데 그러셨네요."

했지만 속으로는 집 짓는 동안 그렇게 시원한 말을 듣기는 또 처음이었다. 건축주가 바빠서 쫓아다닐 형편이 아니니 설계사무소에 다 믿고 맡겼는데 제대로 열심히 봐주신 모양이었다. 건축가님에게는 어쩌면 하나의 작품의 탄생일 지도 모르지만, 믿고 맡긴 보람이 있던 셈이다.


집을 지으면서 바쁜 건축주들은 공사 현장에 갈 수가 없다. 생계를 전폐하고 가기에는 현장의 시간과 업무의 시간은 전혀 맞지 않는다. 시공 현장은 새벽부터 시작되는 때가 많았다. 나중에 실내 시공에 들어갔을 때는 더했다. 그리고 오후 4시 무렵이면 이미 현장은 정리가 된다. 그러니 업무를 보는 건축주는 가볼 엄두도 안나는 시간이다.




집의 기초를 하며 주몽신화를 생각하다



마무리 현장과 비계 단속



작업 중에는 날도 추워지면서 바람이 조금이라도 강하게 불면 가설 비계도 다시 견고하게 고정하고 손보고 있다.

늘 현장 정리도 정말 깔끔하다.

1층 부분의 벽들이 빔이 설치될 때까지 남아있게 되는 일은, 집 짓기의 작업이 얼마나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지도 알 수 있게 한다.


기초부터 다지는 일련의 과정 하나하나가 집의 소중함과 가치를 말한다.

고구려 시조인 주몽이 주춧돌과 소나무 기둥 사이에 칼을 숨기고, 아들 유리가 그것을 찾는 이야기를 집의 기초를 하면서 내내 생각했었다. 과연 무얼 상징할까. 신화는 바로 가족과 집의 이야기였다. 집의 초석이 되는 주춧돌을 아들이 인지하게 주몽이 유도하는 것은 집이라는 공간을 공유하는 가족의 상징이다. 아들이 아니면 찾을 수 없는 집, 그것도 허물 수도 없는 주춧돌.

집과 가족의 문제는 지금만이 아니라 그 먼 신화의 시대에도 귀한 가치였다. 그건 기초며 근본과 근원의 문제였다. 유리는 주춧돌 위에서 부러진 칼을 찾아 아버지 주몽을 만나게 되고, 제2대 고구려왕이 된다.


집의 기초를 하면서 모든 것의 토대가 되는 근원적인 공간에 대해 어떤 경외감을 가졌다. 그것은 결국 가족의 희망과 꿈을 다지고 쌓는 과정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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