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부터 착공허가는 약 1달 열흘 후에 나오게 되었으니 11월 말에나 철거가 시작되는 셈이다.
철거 접수 후에 추가된 설계도면을 11월 초에 받았다.
리모델링에서 대수선 증축으로 바뀌면서 치수과와 환경과의 협의를 통과해야 했는데 다행히 이견 없음으로 났다.
이렇게 허가가 늦어지게 된 이유는 담당했던 주무관이 외부 교육 일정으로 자리에 없는 바람에 늦어지다가, 다시 담당 주무관이 막 임용된 사람으로 바뀌는 바람에 기다리는 시간이 소요되었다.
집 짓기라는 것이 예상과는 달리 다른 많은 변수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허가 결제가 나면 약 1주일 후에 허가서류와 허가 번호를 수령하는데 이것을 수령해야 착공신고가 가능해진다. 그러니까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이에 많은 복병이 도사리고 있어서 무조건 접수했다고 일이 진행되는 것이 아니므로 집 짓기에서는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철거 접수가 들어갔어도 그 사이 준비 과정으로 할 일이 많았다.
증축 허가 시에는 등록면허세를 내야 하는데 인허가 설치 시에는 국민주택채권을 매입하지 않고 세금을 내어도 되는 것을 진땀을 흘리며 알아냈다. 그렇지 않고 국민주택채권을 사야 하는 일이면 직접 은행에 가서 내야 한다
설계 도면은 9월 중순에 새로 변경된 것인데, 리모델링은 베란다 확장 부분은 창을 내야 허가가 된다. 3층 창문이 다시 설계 변경되었다. 이때는 구조 문제를 3회나 재설계했고, 재견적 작업도 덩달아 이루어졌다. 시공과 설계가 동시에 진행이 되는 바람에 정말 정신없는 상황이었지만, 건축주는 또 다른 일로 바빠야 했다.
시공은 시공사에서, 설계는 건축사무소에서 맡아서 해주는 일이니 건축주로서는 잘해주기만 바라면 되지만, 추가 설계도면을 받으면서 시공이 되면서 바로바로 들어가야 할 내부 마감은 건축주의 일이었다.
설계 도면을 받고 가까운 곳을 함께 묶어서 다녔다. 건축주들 입장에서는 잘 고려해서 다녀야 할 것이다.
안전한 2층 철거를 위해
2층 철거가 이루어지고, 오른쪽 1층 철거가 완전히 되는 데는 약 1달 반 정도가 결렸다
철거 중에는 건물 붕괴 예방을 위한 안전조치, 건축물의 일부분을 사용하기 위한 부분 제거, 절삭. 연마 등 지속적인 소음과 진동이 수반되는 철거작업이 주를 이루는 공사였다.
이때는 무조건 민원도 들어오므로 시간을 잘 배분해서 철거를 해야 했다. 민원이 들어오면 일단 스톱이다. 물론 착공 허가가 났으므로 일하시는 분들은 조심하는 차원에서 일을 하시지만 무조건 중단하고 그러시지는 않는 듯했다.
어디나 사람과의 문제가 가장 어려운 법이다. 전원주택을 지었을 때는 솔직히 민원이란 게 없었다. 그곳은 아무것도 없거나 있다고 해도 주택들이 다 별도로 떨어져 있으며, 또 모두들 똑같은 상황을 겪었기 때문에 민원에 대해서 신경을 써본 적이 없다.
그래서 현재 집을 지을 때 민원들이 들어오자 서울, 대도시, 그것도 다닥다닥 붙은 곳의 문제들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도시에서 집을 짓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거주자도 건축주도.
그러나 팀장님이나 소장님의 말로는 다른 곳보다 민원이 덜한 곳이라고 했다. 아무래도 마포는 점포들이 많아서 늘 리모델링으로 쿵쿵 대어서 그럴지도 몰랐다.
2층 철거와 동시에 1층 내부에 기초 작업이 이루어졌다
구옥은 단독주택 2층이었고, 신축을 하는 것이 아니므로 벽면과 지붕을 사람이 직접 철거하는 수작업과 집게 형태의 장비로 철거 대상을 뜯어내는 작업을 한다.
철거 폐기물이 나온 것은 4미터 도로지만 차가 들어오지 못해서 입구에 세워놓고 폐기물을 운반했다. 그러느라 많은 분이 고생하셨다.
우리도 현장에 들를 때마다 상수역 2번 출구 파리바게트 빵을 엄청나게 팔아주었다. 처음에는 과일을 박스로 사들이곤 했는데 과일보다는 빵과 음료수를 현장에서 더 반겼다.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더러워지는데 과일을 먹을 사정이 안된다. 빵도 낱개로 포장이 되어서 드실 수 있는 것을 사가야 한다. 그리고 아무래도 건축주가 가게 되면 현장의 고생을 보면 식사값도 드릴 마음이 절로 들었다.
그날의 일이 끝나면 주변 정리를 완벽하게 하고, 먼지 등도 현장소장님이 직접 물을 뿌려가면서 정리하셨다고 주변 분들이 칭찬을 많이 하셨다. 골목의 쓰레기는 집 짓기를 할 동안 전부 다 청소하셨다. 꽁지머리의 스티븐 시걸처럼 멋있게 생기신 분이 그래서 현장에서 일할 동안은 시달리느라고 멋짐이 사라지고 없었다.
천장보 확인 후 철거가 매우 조심스럽게 진행되었다
경계 측량 후에 이격거리를 지키기 위해서 옆 벽체 철거와 재시공을 위한 추가 보강도 해야 했다. 제일 중요한 건물 최소 이격거리인 50cm는 외벽 마감 기준이다.
철거 중 천정보가 끊어진 상황을 확인하여 빔 시공 시 빔 양쪽으로 서포트를 보강키로 했다.
그러다 보니 2층 철거가 매우 위험했다. 일일이 보강을 대면서 조금씩 철거를 했다. 집 짓기를 하면서 철거란 얼마나 위험한 작업인지 깨달았다. 인명 피해까지 갈 수 있는 작업이었다. 철거 사고가 그래서 많이 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야말로 야금야금 뜯어냈다. 보강과 철거가 매우 긴밀했다.
빔 시공을 위해서는 천정 단열재를 모두 제거해야 한다. 일단 천정 단열재를 노출된 부분들은 우선 제거한다. 그 후 천정 마감 시 노출 부분은 추가로 세밀하게 단열재를 제거해야 한다.
2층 바닥의 욕실 방수층과 거실과 방의 층은 두드려 걷어내는 작업을 했다.
독립 기초 터파기
규준틀 설치 및 바닥 고르기
터파기를 위해서 선행되어야 하는 일이, 규준틀 (바닥 높이 빔 기둥 위치 빔보 위치)를 위한 현장 측량이다.
야리가다라고 부르는 수평 규준틀 작업이 있으려면 그 이전에 경계측량이 선행되어야 한다. 우리는 이미 경계 측량을 해서 플라스틱 경계점을 박아놔서 문제가 없었다.
그래서 1층은 철거를 하지 않고 기초를 다하고, 빔도 다 세울 동안 계속 남아있게 되었다. 1층의 벽들이 있어서 그나마 공사가 진행이 되었고, 추위가 어느 정도 가려지게 되었다.
우리는 시공 계약 후에 안전진단을 했다. 설계 사무소에서 구조 기술자를 불렀는데 당시 잔금 이전이어서 기술사는 나중에 타공 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당시 주택 매매계약서에 특약 사항으로 쓰고, 잔금 이전에 한공이라도 파 보았으면 시공 계약 당시에 기초 부분에 대한 견적까지 해서 계약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나중에 드는 기초비용보다는 덜 들었을 수도 있다고 한다. 추후에 하는 지반공사 비용은 따로 계산되기 때문이다. 우리도 기초공사 비용이 많이 추가되었다. 이런 문제도 그때는 다 몰랐던 생초보 건축주였다.
지질조사 토지에 한공만 파보아도 다 알 수 있다고 하고, 걱정될 정도의 비용도 아니라고 하니 리모델링 집이라면 미리 해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구조기술사가 2회나 현장에 다녀왔는데도 결국은 시공 계약 이후에 타공이 이루어진다.
집을 짓는다는 일은 오히려 그때보다도 다 지은 후에 의심의 싹이 튼다. 과연 잘 지었을까. 당시는 그 일에만 신경을 쓰고 긴장을 하니 중요성보다는 완성에 대한 열망만 강했다. 집을 지으면 10년 늙는다는 일은 전혀 생각조차 못할 정도로 쉽게 넘어가곤 했는데, 오히려 요즘 집 짓기를 쓰면서 다시 도면 등을 쳐다보면서 어떻게 그 시간들이 존재했던지 더 긴장이 될 정도다.
그때 몰랐던 것을 지금 보면서 설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일단은 시공계약서에 '설계대로'를 넣기를 정말 잘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