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과 함께 건축주가 가장 먼저 할 일이 있다

by 이지현

욕실 마감 제품을 제일 먼저



설계사무소 정 팀장님이 시공이 시작되면 제일 먼저 할 일이 욕실에 들어갈 마감 제품들과 수전을 정하는 일이라고 했다.

논현 가구거리에 가서 윤현상재 타일, 수전과 욕실에 사용될 것들, 벽지와 마루까지 다 보자고 하루 일정을 빡빡하게 딸과 잡았다.


나는 결정장애가 좀 있는 편이라서 이럴 때는 바로 결정을 잘 내릴 수 있는 사람도 필요하다. 물론 사용해본 것은 즉각 결정을 하는 편이다. 새롭게 마련하는 것에는 아무래도 어느 부분은 결정 장애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설계 도면의 예



설계 도면에 있는 욕실 제품들과 수전은 처음엔 이걸로 해야 하나 보다고 고민했지만, 곧 아니라는 것도 깨달았다. 제품들을 구매하러 가면 여러 가지 장단점을 잘 살펴보는 것이 최선이다.

윤형상재에서 타일을 보고 나오는데 다행히도 바로 근처에 아메리칸 스탠더드 대리점 간판이 보였다. 그런데 다른 많은 회사의 제품들과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그 덕분에 먼저 어디 제품을 구입할 것인가를 결정하기는 쉬웠다.


욕실의 크기가 크지 않으므로 우리는 변기 사이즈를 작은 것으로 정했다. 그 자리서 여러 회사의 제품 변기에 앉아보고 반경을 보니 아무래도 협소한 장소에서는 아메리칸 스탠더드(이하 아메스) 제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변기는 일체형과 분리형이 있는데 장단점이 있다고 했다. 일체형은 수압이 문제가 될 시는 물 내림이 좋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매우 날렵하고 예뻐서 마음에 들어서 하고 싶었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즉시 패스했다. 모름지기 변기는 물이 시원하게 콰르르 내려가서 막히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자재 설계에 들어있는 것이 원피스형 변기다. 그런데 이것도 물 내림이 약하다고 한다. 청소는 쉽지만 약하다는 한마디에 바로 패스했다.


서울에서는 단독주택에서 살아보지 않았으니 수압에 대해서는 그때까지는 의문이었다. 50층 이상의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수년간 살아본 적이 있는 경험으로는 수압 때문에 늘 불안했던 경험이 있어서 수압 소리만 들어도 우리는 움찔했다.


늘 쓰던 대로 투피스형 변기를 사기로 바로 결정했다. 물 내림이 가장 좋고, 가장 막히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사용해본 것이니 새로운 것에 대한 불안도 없었다. 변기가 막히면 그야말로 엄청난 사고로 이어진다.

설계사무소 정 팀장님이 변기가 막힐 일은 절대 없을 거라고 장담을 했었다. 변기에는 제일 큰 배관을 썼다고 했다. 그래도 물 내림이 시원하게 좋은 투피스형이 최고라고 뇌리에 팍 박혔다.





1층 욕실의 설계 도면과 근생 화장실의 도면, 오른쪽은 완성 후




욕실의 크기도 그렇지만, 동양인의 체격에 아메스가 맞다는 것이 오히려 의아스럽고 신기했다. 임시 거주하는 강남의 아파트는 대림 제품으로 되어 있었다. 매우 튼튼하고 고장도 거의 없지만 문제는 사이즈가 너무 크다. 아메스가 수입품인데, 국산이 오히려 변기가 너무 커서 불편할 지경이었다. 만약에 대림 제품을 한다면 문을 여는데 걸리는 현상이 생길 수도 있어서 우리는 작지만 편한 아메스 제품으로 결정했다.

이케아도 주방이나 욕실제품 선택 때문에 가본 적이 있지만 사이즈가 다 작다. 외국인에 오히려 맞춤한 제품들이 작은 것을 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미니멀리즘의 추구는 공간이 개인의 자유까지 책임지는 것 같아서 편하고 다정하다.


대리점에는 아메스 제품을 살펴볼 다양한 모델들이 전시된 것이 거의 없었다. 각 회사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보니 우리가 직접 체험해보고 살 수 있는 제품 모델은 2개 정도씩 밖에 없는 것이다. 물어보니 각 대리점마다 보유하고 있는 모델들이 조금씩 다르다고 했다.

그렇다고 그 많은 대리점을 다 돌 수가 없으니 본점을 찾아가기로 했다.



무난한 것이 편하다





봉은사 부근의 영동대로에서 매우 구석진 곳에 아메스 본사가 있는 것을 알아내서 바로 그리로 갔다. 본사 담당자분이 어떻게 찾아왔느냐고 놀랄 정도로 아메스 본사는 잠실로 넘어가는 길 쪽의 골목 안으로 쑥 들어가 있어서 찾기가 힘들었다.

대부분 본사까지 오는 구입자들은 대리점에서 오지 일반인이 오는 것은 거의 드물다고 안내하는 분이 깜짝 놀라며 말해주었지만, 그 길은 '군산 아구찜' 식당에 아이들을 데리고 자주 가던 길이기도 하고, 또 강남에서 송파로 넘어가는 길이니 매우 익숙한 길이었다.

그러나 한 번도 아메스 본사를 본 적이 없었을 정도로 아주 구석진 곳에 있었다.


본사에는 아메스의 모델들이 거의 다 있어서 선택이 아주 쉬웠다. 우리는 가장 심플한 플랫 모델로 전부 다 통일해버렸다. 제일 무난해 보였다. 의류 전공의 딸도 그렇지만 나도 특이한 것을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살아온 깜으로는 가장 일반적이고 가장 무난한 것이 오래간다는 진리를 나름 터득했다.

각 모델명을 설계사무소에 알려주면 시공사와 날짜를 맞춰서 알아서 구입해서 작업한다. 이미 시공사 견적에 내부 마감 견적 등도 많이 들어있어서 제품명만 주면 되었다.


설계도면에 제시된 샤워기는 아메리칸 스탠더드인데, 나머지는 쾰러 제품을 올려놓았다.

위에서 물줄기가 내려오는 샤워기는 아파트에 살 때 설치되어 있었지만 모두들 한번 써보고는 쓴 적이 없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고민이 있을 때 저 샤워기 아래서 심각한 얼굴로 샤워하는 장면이 나와서 나도 처음에 멋있게 보여서 아파트 들어갔을 때는 따라서 해보기까지 했지만 다시는 사용하지 않았다.

위에서 직수되는 샤워기는 매우 불편하기 짝이 없어서 그냥 없는 것으로 선택했다.



https://brunch.co.kr/@greensonata/310


싱크대 설거지통은 나중에 주방을 에넥스로 하면서 하나짜리로 했다.

수전은 코브라로 하고 싶었다. 물이 새지 않고 청소가 쉬울 것 같아서 꼭 하고 싶었지만 주방의 그릇 거치대와 높이가 맞지 않아서 하지 못했다.


욕실의 수납가구는 설계 도면에 사이즈가 작은 것으로 되어 있어서 또 그걸 해야 하나보다 생각했는데, 벽의 사이즈에 맞는 한샘 대형 거울 수납장이 또 있어서 설계 사무소서 그걸 맞추어서 달았다. 휴지걸이도 요즘은 폰을 올려둘 수 있는 것을 사용하는 것이 편하다.




제품 구입 시 주의점과 설치 시 유의점



변기를 놓기 전에 냄새 차단 트랩을 미리 설치하면 좋다. 우리는 그것을 몰라서 오래된 주택 동네로 이사 와서 냄새 문제로 1달여간 심각했다. 시공사도 그 냄새차단 트랩은 알지 못했던 것이다.

따로 설치하면서 완전히 해결되었다.


https://brunch.co.kr/@greensonata/391



또 이사 와서 어느 정도 지났는데 변기 물 내림 시 수위가 슬금슬금 내려갔다. 그러다 보니 물이 시원하게 내려가지 않았다.

쑥 올라와야 할 물이 올라오지 않는 것이다. 할 수 없이 아메스 서비스센터로 전화했더니 거의 바로 와주었다. 인터넷을 보면 서비스센터가 늦게 온다고 하는 말들이 많은데 그건 아닌 모양이었다.


기사님이 변기를 보고는 아이고, 하는 탄성을 내질렀다. 수위 조절 장치가 230밀리짜리라서 1년 정도 쓰다 보니 물 수위가 팍 올라오지 않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270밀리짜리를 했으면 1-2천 원만 더 가격을 얹어주면 될걸 대리점에서는 꼭 이렇게 돈을 쓰게 한다고 마구 구시렁대었다.

그래서 1-2천 원만 처음 변기를 살 때 들이면 될 비용을, 65000원을 주고 교체하게 되었다. 아메스 변기를 산다면 반드시 이 부분을 잘 알아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아메스 부엌 수전도 1년도 안되어서 수전 밖의 고무 사이로 물이 새어 나와서 줄줄 흘렀는데, 근생용과 주택용을 1년 이내여서 다시 무상으로 교체해주었다.

아무리 본사에서 얘기해도 본사는 다시 대리점으로 보내니 불량품들을 얹어서 준 모양이었다. 그래도 서비스센터가 잘 되어 있는 제품들을 사는 것이 안전하다.


주택에서 욕실은 어쩌면 가장 중요한 공간일 것이다. 물을 계속 사용하므로 습기와 배수와 누수까지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완전한 개인적 공간으로는 유일하기도 하다. 따라서 쾌적할 필요가 있다.

동경서 살 때 건식 공간이 있었는데 참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머리카락이 당연히 많이 떨어지는 공간인데 청소도 하기 불편하고 물기는 늘 나무 바닥에 떨어져 안 그래도 습도가 높은 나라에서 힘들었다.

그러다가 한국서 살 당시도 고급을 지향한다는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욕실은 작은 방보다 더 큰데 건식으로 일부분이 되어 있는 곳에서 살게 되어 그 불편은 말할 수 없었다. 당연히 욕실은 청소하기도 너무 벅차고, 건식 부분은 또 따로 물 떨어지면 청소해야 했다. 모두 다 쓸모없이 큰 욕실로 인해 고생한 기억들만 많다.


욕실은 개인이 들어가서 이용할 알맞은 크기가 좋다는 생각을 늘 했다. 청소도 쉬워야 한다. 바닥에 난방을 깔아서 습도 조절이 잘 되기는 하지만, 욕실 청소는 물때 곰팡이등으로 청소 용품을 잘 갖추어 두어야 하는 곳이다. 그래도 이런저런 게 욕실에는 계속 늘어나고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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