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집짓기의 기초 순서

- 어느수필 속 목수처럼 집짓기를 했다

by 이지현

# 1. 이층 철거



신영복의 수필 <새 출발점에 선 당신에게>를 읽으면 진정한 목수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 목수는 우리가 미술 시간에 지붕부터 그리는 집의 순서와는 거꾸로 집을 그렸다.


'먼저 주춧돌을 그린 다음 기둥·도리·들보·서까래·지붕의 순서로 그렸습니다. 그가 집을 그리는 순서는 집을 짓는 순서였습니다. 일하는 사람의 그림이었습니다.'라는 구절을 읽으면 우리가 얼마나 삶을 관념적으로 살고 있는지를 깨닫는다.


집을 지으면서 비로소 나도 실제 경험이 던지는 질문에서 얼마나 이론의 허수로 무장되어 있었는지 많이 깨달았다. 미술시간에 그리는 집은 늘 기와집이거나 초가집이었다. 그리고 그 아래는 직사각형의 네모를 그렸다. 집 짓기를 하기 전에는 아니 그전에 신영복의 수필을 읽기 전에는 어떤 의문도 가져본 적이 없던 집 그림이었다.


그런데 집을 지으니 수필처럼 집의 기초부터 시작했다. 바닥부터 그려지며 점점 위로 올라갔다. 아래서부터 점차 상승하면서 마지막에는 지붕이 덮였다.

집 짓기는 결국 삶의 기본기를 닦는 일과 닮아있었다. 기초가 없이, 기본이 없이 과연 무엇을 하랴. 무엇이든 기초가 중요함을 집 짓기를 하면서 서서히 깨닫고 성찰했다.


아마추어 건축주로서는 집짓기 순서조차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알 수가 없다. 집짓기 시작 전에 책들을 읽었지만 무슨 의미인지도 사실 명확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전문적인 용어도 어렵고 또 굳이 공부해가면서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순서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순서가 잘못된다면 어차피 집짓기 중에 사건 사고가 날 것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어떤 사고도 일어나지 않은 채 잘 끝났지만 집 짓기는 거친 일을 가지고 섬세하게 하는 작업이라는 것을 알았다.


결국 실제의 경험이 그 어떤 추상적 관념이나 이론을 능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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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독립 기초 터파기 및 철근 배근과 서포트 보강하기



2층 철거가 시작되면서 그다음은 기초를 했다. 이를테면 집을 지을 때 주춧돌을 마련하는 셈이다. 독립 기초 10곳과 서포트를 보강하면서 비로소 건물의 기본을 단단히 하는 시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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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기초와 서포트 보강 자리에 콘크리트 타설 하기



집 앞이 4미터 도로가 있지만 콘크리트 차가 들어올 수가 없어서 아주 멀찍이 대고 콘크리트를 내보낸다. 긴 관을 통해서 콘크리트가 오는 시간이 있어서 이때 굳지 않게 아주 긴밀하게 해야 한다.

주택은 뒷문이 있었다. 리모델링을 할 때도 이 문을 폐쇄해야 하나 어쩌나 잠시 갈등했지만, 굳이 있는 문을 없앨 필요는 없는 듯해서 그냥 두기로 했다. 언젠가 써먹을 수도 있을지 모르니, 있는 것을 폐쇄하면 나중에 다시 이용하려면 엄청난 공사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설계 미팅을 할 때도 이 문을 없애야 준공 승인이 나지 않을까 걱정들을 했다. 그런데 준공시에 원래 있던 도면에 표기된 것이라서 괜찮았던 것인지 그냥 지나갔다.



콘크리트 타설 작업



콘크리트 타설이 이른 아침부터 이루어졌다. 앞 빌라의 빈 공간을 이용해서 집의 뒷문으로 관이 들어갔다.

배관 방식의 타설이어서 처음 밀어내기용 몰탈과 타설 후 잔여 콘크리트는 기존 바닥의 버림으로 처리했다.



서포트와 독립 기초에 콘크리트 타설과 양생하기



양생을 위해 아침저녁으로 열풍기에 백등유를 채워주면서 콘크리트를 양생 중이다. 콘크리트 양생기간 동안 장막과 비닐로 보양 후에 자동 온도 조절식 열풍기와 등유 난로를 가동하였다.


열풍기 온도를 체크하고 연료를 채우고 현장을 정리한다는 현장 소장님의 문자를 계속 받았다.

1층이 철거되지 않아서 그래도 사면 벽이 있다는 것이 정말 다행이었다. 겨울에 끝난다는 공사는 사실 여러 가지 사정(구조 확인 후 기초 없음, 경계 측량, 담당 주무관 바뀜, 설계의 미세한 법적 오류 등) 으로 겨울에 시작이 되어서 모두에게 쉽지 않은 공사가 되었다.

아마 사면이 다 뚫린 신축이었다면 잠시 쉬어갈 수도 있었겠지만, 1층 철거하지 않은 벽을 이용해서 보온이 그나마 되었다.




# 4. 기초 바닥 양생 후에 다시 철거와 기존 배관 확인




1차 콘크리트 양생 후에 철거



독립 기초 및 삿보드 콘크리트 양생이 완료되어 1층 내부 벽체 및 기둥 철거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그래서 1층 바닥 슬라브 작업을 위한 철거를 진행하기로 한다.


철골 보 지나가는 부분을 철거 후에 확인한다. 현장 실측 후에 달라진 기준선들 및 길이에 따른 재정리 작업을 진행한다.

시공이 시작되면 현장 상황은 언제나 달라질 수 있으므로 설계 도면과 잘 대조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철거 폐기물이 정리된 1층 바닥


철거 폐기물을 정리했다. 바닥이 깔끔하다. 정리가 되어야 배관 자리 확인이 가능하다.

이제 설비팀과 배관 관련해서 현장 확인이 있다.



기존 오배수관 확인을 위한 터파기 및 재 매립



현장 정리를 한 모습이다.

그전에 건물 기존 오배수, 급수 라인 확인을 위한 터파기와 재매립이 있었다.

외부 정화조 및 하수관로 확인 작업이 진행되었다.




# 5. 배관 작업 및 비닐 깔기




배관 작업과 먹매김



배수와 급수라인 작업을 위한 먹매김 작업 중이다.

이때는 위치를 잊을지 모르므로 벽에다 위치를 반드시 표시하는 것이 좋다.


급수 배관과 배수 배관을 하는 중이다. 배관 방식이라 꼼꼼히 배관을 해야 한다고 현장에서 팀장님의 톡도 오고, 소장님도 밴드에 열심히 올렸다.



급수 배관과 배수 배관을 하는 중




급수 배관과 배수 배관을 할 때는 필히 배관 위치를 확인할 사진을 찍어 두거나 외벽에 표시를 해두어 오, 배수 배관 설치할 때 쉽게 공사를 할 수 있도록 한다.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움직이는 현장이어서 열심히 벽에 메모해두지 않으면 자칫 잊어버리기 쉽다.





먹매김을 하더라도 잊지 않도록 벽에 잘 표시를 해두는 것이 좋다.

자칫 위치가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습기 방지를 위해 비닐을 깐다. 이미 설계에 2겹 비닐을 깔라고 되어 있다.


설계사무소 정 팀장님이 변기 배수관 확인차 현장에 방문했다. 배관을 하는 날은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이 날은 나는 바빠서 못 가고 딸을 대신 보냈는데, 건축가, 시공사 대표, 현장소장, 설계사무소 팀장님이 전부 한꺼번에 만나게 되었다고 한다.


배관을 하면서 그 위로 타설이 되면 나중에 배관에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하는지 의문이고 걱정이었다. 그러나 작은 집들에서는 다 배관을 하고 그 위에 철근 배근과 콘크리트 타설을 하는 것이니 배관을 꼼꼼하게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할 필요조차 없다.


건축사무소에서 필수 자재 일람 표도 이날 메일로 받았다. 기초가 끝나고 뼈대인 기둥이 올라가기 시작하면 배선등 모든 시공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니 자재도 미리 선정해서 위치도 잡아야 했다.


1층 바닥은 기존 집의 벽돌로 마감하기로 설계되어 있었으나 막상 철거를 하면서 예쁘게 철거를 할 수는 없었으므로 쓰지 못하고 새로 해야 한다는 결정도 받았다.




# 6. 철근 배근



배관 위로 먹매기를 기준으로 철근 배근을 한다.

배근용 16미리 고강도 이형철근을 반입한다.


고강도 이형철근 반입과 배관와 철근의 간격



우리가 쓴 철근은 현대제철로 HS로 고장력 철근을 표시한다. 중국산을 사용하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 중국산은 콘크리트도 잘 붙지 않고 표면이 거칠다고 한다.

각 철근마다 KS와 HS로 표시되어 있다.


현대제철이 가장 많이 현장에 들어가고, 동국제강, 한국철강, 대한제강, 와이케이스틸 등이 현장 점유율이 높다고 하지만 아마추어는 이런 전문적인 부분에서 더 이상 알 수 없다.

다만 국산이고, 고강도 이형철근을 쓴다는 것만 알아도 충분하다.


철근 배근시마다 깊이와 폭을 재면서 한다




바닥 철근이 완료되면 규준틀을 제대로 설치하여 옹벽 철근 피복 기준 생각해서 철근 배근 먹매김을 잘 확인해야 한다. 이때는 올라갈 상층부 도면을 보고 각실의 크기에 맞추어 중심선을 맞추고, 철근을 배근 간격에 맞추하면 된다. 배근 결속은 아주 꼼꼼하게 해야 한다.


각 부분의 철근 배근을 할 때마다 자로 길이를 맞추어 재었다.



꼼꼼하게 철근배근 중



철근배근 완료 후 검측하고, 청소를 완료해야 한다.

같은 날 동시에 타설 할 것이 아니라, 타설은 다음날 하는 것이 좋다. 한꺼번에 하게 되면 배근이 꼼꼼하게 안되거나 먹매김 등에 혼선이 올 수 있다.

레미콘 타설 전에 바닥 철근을 완료하면 슬라브에 올라가서 철근에 먹매김 작업을 또 한다. 우리는 H빔을 세우는 금속을 다루는 프로분이 살펴보았다. 목구조 집이 아니라 철근 콘크리트 집이니 금속 관련 전문가가 살펴보았다.


배근은 매우 중요하므로 이런 문제가 제대로 전달이 안되면 계약 시에, 철근 배근을 완료하고 다음날 아침에 타설 한다 라는 조항을 특약해도 좋다고 하지만, 우리는 설계사무소를 다 믿고 맡겼다. 그리고 아주 열심히 체크해주어서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철근 배근 완료와 설계사무소 팀장님의 꼼꼼한 메시지



배근 간격, 콘크리트 피복, 상수 인입관 단열보강, 엘보우 강관 결착, 오수관 규격제품 사용 및 결합부 등을 확인하는 것은 슬라브 배근 시에 감리를 필수로 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감리에게 중요한 날이라는 메시지를 받고 긴장이 다 되었지만 무조건 믿고 맡기고 있다. 그리고 정말 열심히 잘 살펴주었다.


철근은 사람의 몸에 비유하면 뼈라고 생각하면 된다. 콘크리트는 살이다. 그러니 철근 배근이 잘 되어야 하니 정말 중요하다. 철근은 인장력(휘어짐)을 유지하는 것으로, 콘크리트가 누르는 힘을 가지는 것과 비교된다.




# 7. 콘크리트 타설 및 양생






콘크리트 펌프카를 위치시키고 집에서 좀 멀리 떨어진 골목에서 기초 타설 했듯이 같은 방식으로 보내 타설했다.

양생 온도는 외기가 영상 4도가 되어야 한다. 온도를 맞추려고 계속 불을 피웠다.


양생은 타설 직후 10시간 동안 온도가 중요하다. 일 평균 4도 유지로 현장을 관리해야 한다.



콘크리트 남은 것은 마당에 버림으로 하고, 콘크리트 양생 전과 후가 차이가 난다



날씨가 추워질 예정이라서 양생 온도에 신경을 써야 한다.

양생을 위한 난로도 켜놓고 타설을 완료했다.



버림 콘크리트 : 밑바닥에 까는 저강도 콘크리트. 본체 콘크리트의 품질을 확보하거나, 밑면을 평탄하게 만들어 배근 작업 따위를 돕기 위하여 사용한다.(사전)



버림 콘크리트에 대해서 찾아보았다. 콘크리트에 관한 시공 시마다 이 용어가 계속 나오는데 상당히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였다. 버리다란 개념이 콘크리트 시공과 몹시 연결이 안 되는 용어지만, 원래 사용하던 용어라면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비슷한 말로 '고르기 콘크리트'라고 하니, 아직도 왜 버림이란 단어를 차용했는지 이해가 불가하지만 콘크리트를 평평하게 밀어주는 방식을 버림이라고 쓰는 듯하다. 조물의 밑바닥에 까는 저강도



# 8. 양생 완료 후 먹매김 작용




양생이 완료된 슬라브 위에 먹매김, 현장의 정리



현장 상황에 맞는 H빔 시공을 위해 실제 적용 치수용 먹매김을 했다.

배수와 급수라인 작업을 위한 먹매김 작업이며, 먹매김 내용을 확인 후에 고정 표식을 한다.






2018년은 결국 집을 사고, 설계 계약과 시공 계약을 하면서 일부 철거와 기초 부분의 집 짓기까지 왔다.

집 짓기에 대해서 실컷 썼는데 겨우 기초바닥까지에서만 헤맸다.


한 해가 휙 지나갔다. 앞으로는 그래도 위로 올라갈 일만 남았다. 다음은 집의 뼈대가 올라가는 작업이 진행된다. 기초 다음이 뼈대다. 집의 척추가 되는 셈이다.

보안 배선도 해야 해서 세콤에 메일 보내고, 전기등 모든 배선이 이루어져야 해서 집 짓기는 참 복잡하다.

타일, 벽지, 욕실 마감 등을 설계사무소에 전달했다. 기둥과 벽이 올라가면서 이루어지는 작업이 남은 것이다.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집짓기의 순서를 이제는 경험에 의한 집짓기의 순서로 기억해서 그려야할 판이다. 경험을 도외시한 이론이란 얼마나 공허한 것인지 집짓기를 하면서 성찰한다.

신영복의 수필 속 목수가 그린 '주춧돌' 놓는 일이 겨우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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