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아버지 손잡고 하염없이 걸어갔던 먼 장터
거짓처럼 부풀어가는 솜사탕을 만들려고
한 사내는 덜덜 다리를 자꾸 떨었다.
그렇게 부풀어오르는 달디단 삶도
한없이 떨어야 만들어지는 것을 그때 알았다.
눈만 섬벅섬벅하는 소들이 기둥에 묶여있을 때
"이 소 한 마리가 아들 공부값이재."
옆집 노씨가 노상 말하던 소리가 들렸다.
소전에서 헐값으로 팔려나가던 소들을 보며
내 소싯적 계산법은 아직도
삶과 사물을 늘 맞바꾸고 있다.
푸르죽죽하게 저녁까지 말라가던 풀들은
캐던 아침은 생생했을 것이다.
쑥은 허연 등을 보이며 뒤집어지고
냉이는 뿌리만 단단한 채 저녁을 지었다.
어제쯤 캤을 푸른 고사리며 취나물은
사람들이 무수한 장터에 와서 풀이 죽었고
그 무게를 알던 우리는 비극이었을까.
손가락이 갈라지게 짜 온 소쿠리를
하나도 팔지 못한 사내가
푸른 대바구니를 등에 지고 떠나는 길 위에서
서슬 퍼렇게 달려드는 소싸움이 시작되었다.
삶은 헐값에 넘어가는 장터처럼 왁자하지만
삶은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물러서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라고
외할아버지는 손녀에게 가르쳐주고 싶었을까.
장이 서는 날은 외할아버지 손을 잡고
먼 길을 걸어 소싸움을 보러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