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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현 Jul 17. 2021

밤의 노래

어둠을 밀었다.

마음을 미는 일이다.


어디선가 밤 고양이 한 마리

시퍼런 눈으로 보고 있다.

그들처럼 풀쩍 뛰어올라

공중곡예를 못하는 나는

지상의 시간에 붙잡혔다.


어둠을 떠밀어도

밀려가지 않는 서늘한 상처가

밤 속에 꽃처럼 박힌다.

어떤 말을 해도 듣는 이가 없는 시간

뉘를 고르듯 조심스레 노래하고

혼자 슬플 수 있는 시간은

오직 밤일뿐.

들키지 않고 쓸쓸할 시간은

오직 밤일뿐.


기억은 선득선득하고

저벅거리며 걸어온 발자국은 움푹하다.

밤의 드레스에 드러난 맨발은 하얗게 갈라져

터진 추억처럼 싸늘한데

시를 노래하는 밤은 태아처럼 둥글다.


떠나지 않는 그대 생각에

어둠을 밀었다.

마음을 미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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