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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현 Jul 22. 2021

화원에서

화원에서 고추모를 하나 샀다.

쓸쓸한 표정의 여자가 다가와

고추모는 하나만 키우기 외롭다고

그리고 햇살을 듬뿍 받아야 한다고 했다.

서러운 목소리가 바람에 흔들렸다.

흐린 바람 속에서 문득  매운맛을 맡았다.


화원 안의 꽃들이 함께 흔들렸다.

치자나무와 영산홍이 달밤처럼 서럽고

풍란은 낮은 돌벽에 달라붙었다.

싱싱하고 푸른 나무들과 온갖 꽃들이라고

외롭고 고독하지 않으랴.

화원 안에서 서로 얼굴 부비며 지내고

향기도 나누며 살아가고 있었다.


화원에서 고추모 하나만 사서 나왔다.

하나만 키우기 외롭다지만

햇살을 듬뿍 받게 해 주기로 했다.

시원한 바람도 맞게 해 주기로 했다.

차가운 비속에서도 견디게 하겠다고 했다.

매운 고추로 자라기 위해서는

홀로 버티는 것이 더 고추답다고 했다.


그래도 외로워 보일 때는

더 외로운 내가 기꺼이 물을 주겠다고 했다.

쓸쓸한 표정의 여자가 꽃속에서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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