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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현 Jul 29. 2021

빈 벤치에 그리움을 앉히고

푸른 여름날에는 비어있는 벤취에

그리움을 앉히겠다.

세상은 꽉 차고 그리운 것 투성이여서

누군가 와서 앉기만 해도 그리움이 되리라.   


바람이나, 가벼운 이파리 하나

슬쩍 빈자리에 앉았다 가도

풋풋한 그리움이 왔다 간 자리라 하겠다.

편지를 쓰지 않는 날이 점점 길어

주소를 잊어도 부끄럽지 않은 건

우리 사랑의 방식은 텅 빈 채로 두는 것.

말없이 비운 자리에 그리움을 앉히는 것.


여름은 오래 머물던 기억들이

시들지도 않고 푸르게 살아나는 시간.

누군가의 안부를 묻는 속도도

강물처럼 느리게 흘러 뒤돌아보는 시간.


푸른 여름날의 빈 벤치에는

푸르디 푸른 그리움 하나만 앉혀두겠다.

그대가 왔을 때 아무도 없더라도

그리움만 외롭게 다녀간 줄 알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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