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두부 찌개를 먹는 이유

- 배론성지 앞은 손두부집만 있었다.

by 이지현

부드러워지지 않는 마음 하나를 쏟는다.

한때는 우리 마음이 두부처럼 부드럽길 바랐지만

세상은 무정한 것.

얄궂다고 인정을 나무랐지만

너는 어느새 이 지상에 주소를 남기지 않았다.


어느 날 배론에 너를 두고 오는 날도

악착같이 얼큰한 손두부 찌개를 먹었다.

꽃이 만발하고 공기 맑은 곳에 너를 두고 와서

그래도 위로가 된다고 말하며

네 몫까지 살 수 있는 힘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말하며

허기를 속인 나를 용서하길 바라며.


말도 없이 네가 떠나버린 이 지상의 시간은

아직도 너무 맵고 추워서 얼큰하고 뜨거운 것이 당기는 곳.

헐렁한 외투 하나 걸치고 뾰족한 별빛을 향해 가는 곳.

네가 그 어진 눈으로 헤매던 것을 아직 찾고 있는 곳.


배론 앞에는 손두부집이어야 마땅했다

누군가를 두고 오는 사람들이 목이 메지 않게 먹을

유일한 음식.

손두부 찌개를 먹으며 울고 있는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버려두고 온 후에

다만 매워서라고 말할 얼큰한 손두부집이어야 했다.



# 손두부집 - 직접 두부를 만들어 파는 음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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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배론 성지 앞의 손두부집



친구를 두고 나오며, 산 자는 맵고 뜨거운 찌개를 먹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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