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걸어서 당도할 수 없는 곳입니다.
그냥 어느 강가, 어느 꽃덤불 곁에
낯선 얼굴로 두리번거리도록 놔두겠습니다.
다가가서 얼굴 쓰다듬을 수 없는 그리움이
오오래 가라앉고 있습니다.
끝없는 저 시간의 향기가 감돌아
잘디 잘게 흔들리고 있어
저마다 손금처럼 지나가는 가늘은 추억만
마음 한켠 아주 화안한 탑을 쌓고 있습니다.
차마 버릴 수도 없고 두고 갈 수도 없는
그림자가 종일을 따라왔습니다.
뒤돌아보면 같이 멈춰 서서 아주 그리운 눈으로
그윽이 바라보고 있지만
이제 그 자리, 그만큼에 세워둔 채
가끔은 그곳을 지나다 이름을 불러보거나
어깨를 툭 건드려 볼 붉은 상처입니다.
언젠가 그대가 한 떨기 꽃으로 피어날 때
살며시 당기기만 해도 와르르 쏟아져 내릴
그 설움은 잠시 두겠습니다.
지금은 그냥 푸른 기다림으로 꾹 매어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