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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현 Aug 28. 2021

순수의 시대


이제 걸어서 당도할 수 없는 곳입니다.

그냥 어느 강가, 어느 꽃덤불 곁에

낯선 얼굴로 두리번거리도록 놔두겠습니다.

다가가서 얼굴 쓰다듬을 수 없는 그리움이

오오래 가라앉고 있습니다.     


끝없는 저 시간의 향기가 감돌아

잘디 잘게 흔들리고 있어

저마다 손금처럼 지나가는 가늘은 추억만

마음 한켠 아주 화안한 탑을 쌓고 있습니다.

차마 버릴 수도 없고 두고 갈 수도 없는

그림자가 종일을 따라왔습니다.


뒤돌아보면 같이 멈춰 서서 아주 그리운 눈으로

그윽이 바라보고 있지만

이제 그 자리, 그만큼에 세워둔 채

가끔은 그곳을 지나다 이름을 불러보거나

어깨를 툭 건드려 볼 붉은 상처입니다.      


언젠가 그대가 한 떨기 꽃으로 피어날 때

살며시 당기기만 해도 와르르 쏟아져 내릴

그 설움은 잠시 두겠습니다. 

지금은 그냥 푸른 기다림으로 꾹 매어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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