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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현 Aug 29. 2021

동동주 이야기

큰 고모 동동주 항아리엔

배고픈 시간을 위해 남겨둔 이야기가 떠있었다.

손맛 쨍한 이야기를 마시면

서녘 하늘로 날아가던 기러기 한 쌍

시시껄렁한 말을 주고받으며 날아가던 저녁도 이쁘고

후박나무에 후드득 떨어지던 빗방울도 노래였다.


고모가 부뚜막에 담가둔 몰래 먹던 동동주는

먼 훗날 나 살아갈 동안

외롭지 말라고 이야기도 동동 띄워놓았다.


풋고추 정구지지짐에 이야기를 한 잔 마시면

고모가 어느새 앞에 앉지만

들려드릴 이야기가 없어

나는 무엇을 하고 살았던가.

사랑조차 뜨겁게 한 적이 없어 생은 미지근하고

맨발로 철벅거리며 치열하게 산 적도 없어

슬픔으로 뜨거운 술잔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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