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고모 동동주 항아리엔
배고픈 시간을 위해 남겨둔 이야기가 떠있었다.
손맛 쨍한 이야기를 마시면
서녘 하늘로 날아가던 기러기 한 쌍
시시껄렁한 말을 주고받으며 날아가던 저녁도 이쁘고
후박나무에 후드득 떨어지던 빗방울도 노래였다.
고모가 부뚜막에 담가둔 몰래 먹던 동동주는
먼 훗날 나 살아갈 동안
외롭지 말라고 이야기도 동동 띄워놓았다.
풋고추 정구지지짐에 이야기를 한 잔 마시면
고모가 어느새 앞에 앉지만
들려드릴 이야기가 없어
나는 무엇을 하고 살았던가.
사랑조차 뜨겁게 한 적이 없어 생은 미지근하고
맨발로 철벅거리며 치열하게 산 적도 없어
슬픔으로 뜨거운 술잔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