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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현 Sep 03. 2021

황태 국밥을 먹을 때

인제 미시령 덕장 앞을 지날  

하필이면 폭설이 내려 길은 머뭇거리고

퍼런 추위가 맵다고 입을 벌리고 뭐라고 외치던

네가 측은했다.

외투처럼 눈은 내려 덮여도 자꾸 벗겨졌고

별수 없이 헐벗은 채 버틸 수밖에 없던 시간들.


너만큼 언 마음을 녹이러 황태 국밥집에 갔을 때

치열하게 찢어진 몸을 양푼이 안에서 녹이던

너를 다시 만났다.

번엔 그 뜨거움은 또 어떻게 견디는지

슬픔의 두께만큼 창밖은 눈이 쌓였다.


마른 칼같던  추위를 녹이며

황태 국밥을 먹는 찰나,

마음이 언 길을 걸어온 나를 돌 때

얼었다 녹았다 하며 살아야

정녕 뜨거움 속에 푹 젖으며

마침내 담담한 생 하나가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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