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 미시령 덕장 앞을 지날 때
하필이면 폭설이 내려 길은 머뭇거리고
퍼런 추위가 맵다고 입을 벌리고 뭐라고 외치던
네가 측은했다.
외투처럼 눈은 내려 덮여도 자꾸 벗겨졌고
별수 없이 헐벗은 채 버틸 수밖에 없던 시간들.
너만큼 언 마음을 녹이러 황태 국밥집에 갔을 때
치열하게 찢어진 몸을 양푼이 안에서 녹이던
너를 다시 만났다.
이번엔 그 뜨거움은 또 어떻게 견디는지
슬픔의 두께만큼 창밖은 눈이 쌓였다.
마른 칼같던 추위를 녹이며
황태 국밥을 먹는 찰나,
네 마음이 언 길을 걸어온 나를 돌볼 때
얼었다 녹았다 하며 살아야
정녕 뜨거움 속에 푹 젖으며
마침내 담담한 생 하나가 이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