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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현 Aug 19. 2021

잔여백신으로 접종하기

- 화이자 1차 접종 완료

잔여 백신을 잡는 방법



이왕 쓰지 못하면 버려질 잔여백신 너무 아까우니 백신 맞기 두려웠던 제가 드디어 시도해보려고 했습니다. 

젊은 층의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잔여 백신이 드문드문 뜨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접종 병원 5개만 예약을 하라고 해서 일단 폰으로 하라는 대로 했습니다. 마포에 살고 있으니 마포의 병원들을 예약했는데 거의 뜨지도 않고, 뜨면 즉시 1초 만에 예약 백신이 없습니다란 글만 뜹니다.

그래서 다음엔 일터 근처의 강남의 병원을 4군데 지정하고 1군데는 혹시 해서 마포의 집과 가장 가까운 데로 바꿨습니다. 그러자 강남 쪽에서 알람이 자주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마포는 청년층이 많아서 잔여백신이 좀 덜하지 않나 하는 혼자 생각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같은 속도가 느린 나이 든 층은 잔여백신 잡는 게 더 힘들지 않았을까고 생각했지만, 강남 쪽에서 알람이 많이 오더라도 잡는 건 꿈도 꾸지 못할 정도입니다. 게다가 일하는 중에는 폰도 볼 수 없으니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한 2주 정도 쳐다보다가 포기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청년층 백신 예약이 시작되었습니다. 아들이 잔여백신 잡는 법을 가르쳐주었는데 인내심이 부족한 나로서는 그것도 불가능해 보여서 한두 번 해보다가 그만두었습니다. 잔여백신 성공은 하늘의 별따기, 로또를 합친 것처럼 보였습니다.


잔여 백신 잡기에 성공한 날, 아들이 약속이 있다면서 나가기 직전에 갑자기 '어, 오늘 화이자가 좀 뜨고 있네' 하더니 내 폰을 가져가서 '오늘 내가 성공하고 만다'하더군요. 아들은 이미 백신 예약으로 화이자를 맞는 것으로 날짜가 잡혀 있습니다.

너무 애쓰는 것 같아서 그만두라고 했더니 '와 성공이다'는 소리가 들렸어요. 내 귀를 의심할 정도였어요.


'말도 안 된다. 성공이라니. 스팸 아닐까' 나는 절대 안 믿었죠. 아들이 병원에 전화했는데 전화를 당연히 받지 않았습니다. 진짜일까 아닐까. 전화도 안 받는 병원이라면 아닐 것이라고, 그래도 지도를 검색하니 그런 병원이 있기는 합니다. 노량진에 있는 병원입니다.

조금 있으니 병원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4시까지 올 수 있을까요 해서 시계를 보니 3시 15분입니다. 택시 타고 간다고 하고 진짜 성공했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잔여백신을 예약하자 곧 병원과 카톡과 국민 비서에서 연락이 와서 그제야 성공을 실감했습니다.

즉석복권도 되어 본 적 없는 내가 처음으로 공짜라는 느낌을 인생에서 받네요. 이것도 아들의 노력이니 공짜는 아니겠지만.....







잔여 백신 잡는 법을 정리하면



1. 백신 맞을 사람의 폰으로 카카오톡 들어가기, 이전에 #이 있던 자리에 눈 모양 클릭

2. 맨 위에 잔여백신 클릭

3. 지도가 뜨면 아래에 잔여백신 있음에 체크

4. 목록보기를 누르면 잔여백신이 있는 병원의 목록이 마구 뜨는데

5. 목록은 한번 죽 내리면 백신의 유무를 알 수 있는데, 없으면 더 보지 않고

6. 맨 위의 병원을 클릭하면 왼쪽에 화살표처럼 새로고침하는 곳을 다시 클릭.

7. 위 6번을 계속 새로고침 하면 잔여백신이 가능한 병원을 잡을 수 있었어요.


그런데 그러기까지 그날은 잔여백신이 좀 드문드문했지만 있었고. 이 글을 쓰는 지금은 해보니 없네요.  



백신 맞은 후에 받은 것들



병원에 당도하니 먼저 문진표를 줍니다. 혈압체크를 하면 어쩌나, 진찰은 할까 걱정이 태산입니다. 혹시나 못 맞을까 봐서요.

일단 문진표를 작성하니 그제야 체온을 잽니다. 정상.

혈압 체크는 안 합니다. 병원만 가면 혈압이 확 상승하는 심장을 가져서 평소에도 건강진단을 가면 먼저 도착해도 혈압 내릴 때까지 제일 꼴찌로 늘 차례가 밀려서 두근두근 걱정인데 다행히 안 했습니다. 집에서 재면 정상인 혈압입니다.


그런데 차례가 되어서 진찰실에 들어가니 의사 선생님이 깜짝 놀라서 도대체 어떻게 잔여백신을 했냐고 했어요.

언감 생심 저는 못하죠. 아들이 했어요. 했더니 그러면 그렇지, 아주 놀랐다고 하더군요.

나도 웃고 의사 선생님도 웃고, 간호사도 다 함께 웃었어요. 하하하.

평소 먹는 약이 없는지 물어보고 없다고 하니 조금 따끔해요. 하더니 주사 맞는 부위를 조물 거리면서 놓아주니 하나도 안 아팠어요. 

주사 직전에 왼손잡이인지 오른손잡이인지 물어보았어요. 왼손잡이라고 하니까 오른팔에 놓아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글쓰고, 밥먹는 것만 오른손이라서 왼팔에 그냥 놔달라고 했어요. 잘 생각해야 할거 같습니다. 

병원에 있을 동안 30대 이하로만 보이는 젊은이들만 백신을 맞으러 계속 왔어요. 


화이자로 맞고, 15분간 앉아 있으라고 해서 있다가 오는데 그 사이에 국민 비서에서 2차 접종일을 문자로 보내주네요. 병원에서 지정하는 줄 알았는데, 2차 접종일도 국민 비서서 자동적으로 하는 줄 처음 알았습니다. 모든 순서가 신기한 하루여서 공유해봅니다.


백신을 맞으러 노량진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기사님이 백신 맞으러 가냐고 해서 화이자 1차 접종이라고 했더니 아팠던 이야기를 해줍니다. 현재까지 화이자 1차 맞은 상황인데 너무 아파서 2일을 꼼짝을 못 했다고 하네요. 젊은 분이셨어요. 2일째는 아침에 일어나니 이불이 완전 짤 정도로 젖었고, 종일 땀을 비 오듯이 흘렸다고 합니다. 정말 비 오듯이 뚝뚝 떨어지더래요. 그 말을 들으면서 가니 덜덜~~ 그래도 맞고 아프겠다는 비장한 결심을 했어요.


오는 택시 안에서 아들 말이 '행시 패스하고 나니 남은 건 인내심'이라고 하네요.

그런데 그것도 아주 살아가는데 바람직한 거죠. 원래 남의 말을 끝까지 먼저 들어주는 것으로 유명한 아들인데 인내심이 아주 엄청나죠. 어쨌든 효도 한번 톡톡히 하네요.


화이자 백신 접종 후기는 다음 글에서~~ 


# 사정이 있고, 상황이 있는 모두가 자유롭게 백신을 예약하고 접종 받을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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