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내게 악수를 권했던 슬픔이여
저물 무렵 일시에 켜지는 등처럼
환하게 떠올라 다시는 사라지지 않던 날에
내 처음으로 맞았던 그 환한 슬픔이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어깨에도
종일 먼지처럼 내려앉아
열두 번도 더 내 마음을 달래
사람의 집은
묵은 창호지 문을 달고 빛바래어 서있고
밤사이 치자꽃향기 습자지처럼 감돌아
나, 밤늦도록 서 있었네.
흔들리는 휘파람에도.
그대도 내가 준 오랜 슬픔을
이제는 다 돌려다오.
묵은 슬픔들을 꽃가지로 묶어
바람 센 강가에서 풀어놓으려네.
어느 푸른 강물에서 흔들리다
꽃으로 피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