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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현 Dec 12. 2021

오래된 슬픔

오래 내게 악수를 권했던 슬픔이여

저물 무렵 일시에 켜지는 등처럼

환하게 떠올라 다시는 사라지지 않던 날에


내 처음으로 맞았던 그 환한 슬픔이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어깨에도

종일 먼지처럼 내려앉아

열두 번도 더 내 마음을 달래


사람의 집은

묵은 창호지 문을 달고 빛바래어 서있고

밤사이 치자꽃향기 습자지처럼 감돌아

나, 밤늦도록 서 있었네.

흔들리는 휘파람에도.


그대도 내가 준 오랜 슬픔을

이제는 다 돌려다오.

묵은 슬픔들을 꽃가지로 묶어

바람 센 강가에서 풀어놓으려네.

어느 푸른 강물에서 흔들리다

꽃으로 피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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