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엔 언제부터인지 눈이 내려
영화속 주인공이 떠나는 등 뒤
낮게 내리던 눈처럼
고요한 떨림으로 흔들리네.
흰 눈은 지워진 추억의 표정으로
가장 낮은 소리로 내려와
우리 마음을 쓰다듬고
흰보자기처럼 넓게 펼쳐
가장 어둔 기억을 어루만지고
더 상처받은 곳을 감싸네.
가끔은 어떤 기억도 다 쓸 수 있는
때론 모든 것이 다 지워진
흰빛으로 빛나거나 아득하지만
홀로 걸어가는 길 위
펄럭, 앞을 가로막는 그리운 조각들.
누구인가 부친 것 같은
무수한 편지로 떨어지는 흰 눈
지워져 내리는 흰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