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겨울이 마지막 달에 시작한다는 사실은
눈물겹던가.
오늘은 뜬 구름마저도 사라져 청명하고
골목에 몰려 떨던 바람도 어디론가 떠났다.
늘 찾아오던 길고양이 한 마리만 풍경이 된
12월의 끝 무렵.
우리를 기다리게 했던 모든 것들은
결국 오지 않았고
우리는 다시 기다림을 시작해야 한다.
하여, 꽃들이 우르르 피던 봄날이나
목화솜처럼 흰 눈이 쌓이던 한 겨울이나
다를 바 없는 목이 긴 계절로
일생은 그렇게 서서히 지워지고 있었지만,
한 겨울이 시작되는 12월이 서럽지 않은 것은
새로 올 봄날의
따스한 것들만 늘 생각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