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지현 Dec 04. 2021

가로등 아래 겨울비는 내리고

내가 보는 것은 밤이 아니라

고요.

내가 바라보는 것은 겨울이 아니라

적막 


아득한 깊이로

한없이 추락하는 거미의 살처럼

가로등 아래 떨어지는 빛 


한 사람이 오래 기대어 있는

겨울 거리

그는 먼 창문 너머로

누군가 바라보는 줄 모르리. 


그런 것이다.

나를 바라보는 것들에

내가 경배할 줄 모르는 이유.

내가 그를 영영 추억하지 못하는 이유. 


반쯤 외로운 가로등의 사람이 선

겨울밤은

고요한 유리컵에 담긴

오렌지 조각에 끼운 눈물 같은 것.


한켠에서 어지러이 맴도는

가로등 아래 겨울비

그 오오랜 추억 하나.

매거진의 이전글 그런 사람이면 좋겠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