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것은 밤이 아니라
고요.
내가 바라보는 것은 겨울이 아니라
적막
아득한 깊이로
한없이 추락하는 거미의 살처럼
가로등 아래 떨어지는 빛
한 사람이 오래 기대어 있는
겨울 거리
그는 먼 창문 너머로
누군가 바라보는 줄 모르리.
그런 것이다.
나를 바라보는 것들에
내가 경배할 줄 모르는 이유.
내가 그를 영영 추억하지 못하는 이유.
반쯤 외로운 가로등의 사람이 선
겨울밤은
고요한 유리컵에 담긴
오렌지 조각에 끼운 눈물 같은 것.
한켠에서 어지러이 맴도는
가로등 아래 겨울비
그 오오랜 추억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