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쟁이가 엄마가 되기까지
평소에도 무언가를 결정할 때 시간이 걸리는 편이다. 좋게 말하면 신중하고, 나쁘게 말하면 결단력이 없다고 할 수도 있겠다.
분만방법에 대해 생각했을 때, 막연히 자연분만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아픔이 있겠지만, 완연히 그 아픔을 이겨내고 아기를 출산한다면 한 단계 성장하고, 진짜 엄마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고통을 이겨내 보겠다는 의지도 있었지만, 이미 튼살과 목주름으로 임신의 영광스러운 상처를 얻은 터라 수술자국까지 더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조금 있었다. 숙제를 미리 끝내고 싶은 마음이었다. 카드결제도 일시불을 선호하는 편이라. 그러나 어차피 어떤 방식으로든 출산을 해낸 모든 엄마가 대단한 것은 디폴트이다.
임신주차가 흘러 내진을 하게 되었을 때, 골반이 좁지도 않지만, 넓지도 않아서 아이가 크면 자연분만이 쉽지 않을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하루에 한 조각씩, 케이크 한 판을 해치웠던 지난날의 업적? 인가 생각했다.
각오는 어떻게 하는 건가요? 갈팡질팡 내 마음
상담했던 간호사분은 자연분만은 '각오'가 필요하다고 했다. 진통이 몇 시간이 될지, 고생해서 자연분만으로 마무리가 될지, 결국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제왕엔딩으로 갈지 경험해보지 않아 알 수 없는데, 무서운데 '대체 각오는 어떻게 해야 가질 수 있는 건가요?'라고 묻고 싶었다.
첫 내진 이후, 2주간 운동을 열심히 해보고 다시 보자고 하여 2주간 걷기와 골반운동에 힘썼다. 2주 후 다시 의사 선생님을 만나기 전, 의견을 물어보면 '어떻게 결정을 해야 하나'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솔직한 심정은 '자연분만에 도전해보고 싶지만, 무섭다.'였다. 마음의 결정을 100% 내리지 못한 채 상담실에 들어갔고, 나의 마음을 읽은 것인지 담당의가 명확하게 의견을 제시해 주셨다.
원래 예정일보다 이틀 후로 수술날짜를 잡되, 그 안에 진통이 오면 자연분만을 시도해 보자는 것.
병원을 가건, 미용실을 가건, 전문가에게 맡기는 편인 나의 성향을 따라 갈팡질팡 하고 있는 내게 길을 제시해 준 담당의의 말대로 따라가기로 했다.
그날 이후로 모든 것이 더 무서워지고, 두려워지는 새벽에 잠을 깰 때, '진통이 온다면 진정 자연분만을 견뎌낼 수 있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겁이 많아서 유아용 놀이기구도 무서워하는 내가 감당해 낼 수 있는 일인가 하는 의구심과 그래도 해봐야지 하는 여러 마음이 공존했다.
너를 기다리며
그런 마음의 소용돌이 속에서 원 예정일이었던 오늘이 되었다. 가족들과 친구들의 연락으로 오전을 시작했다.
수술날짜는 원래 예정일보다 이틀 후인 내일모레로 잡아두었기 때문에, 나에게 남은 시간은 오늘과 내일뿐이다. 아마도 진통은 오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아이가 크기도 하고, 아직 어떤 전조증상도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임신을 준비하며 두줄을 바라던 그때, 임신이 되지 않은 것을 확인한 후 실망했던 시기를 지나, 임신테스트기의 두줄을 확인하고, 남편과 좋아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잘 먹었지만, 토를 반복했던 임신 초기를 겪었고, 안정기의 중기에 이어 인생 첫 장기휴직을 맞이하게 된 막달까지 긴 여정이었다. 너를 만나기 위한. 늦어도 이틀 안에 품에 안아볼 수 있을 우리 아이.
엄마는 제왕절개로 나를 품에 안았다. 무뚝뚝한 아빠여도 그날의 아빠는 미소로 만개했으려나? 10개월의 고생 끝에 나를 낳아줘서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 너무 많이 고생했다고. 이제는 엄마 딸도 그 고생을 아는 나이가 되었다고. 어렸을 때는 당연했던 것들이었으나, 심리적 & 육체적으로 수많은 변화를 맞닥뜨리며 직접 겪어보니 존경심과 경외심이 자연스레 따라온다.
엄마, 이제 엄마도 언니의 선물인 두 손녀에 이어 첫 손자가 생기네? 할머니, 첫 손주의 성장을 흐뭇하게 지켜봐 주세요.
너 같은 아기 낳아보라고 했던 그 말들 미안함 감정들을 기억하며 고생하며 육아를 해나갈 딸도 응원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