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존재가 엄마에게 앗아간, 안겨준 것들을 생각하다
엄마는 언니와 나를 낳을 때, 제왕절개로 수술해서 배에 수술자국이 있었다. 단 한 번도 그것을 징그럽다거나 보기 싫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건 그냥 그런 거였고, 그냥 제왕절개의 흔적일 뿐이었다.
그렇다고 출산의 고통을 겪어낸 영광의 상처라든지, 그렇게 고생해서 나를 낳아줘서 너무 감사하다든지 하는 생각을 할 만큼 성숙하지도 못했다. 깊게 생각해 본 적 없던 것들이 나의 일이 되면서, 직접 경험하면서 피부로 와닿기 시작했다. 수술자국이 남느냐 아니냐의 문제를 떠나 내가 할 수 있을지, 자연분만이냐 제왕절개냐의 분만방법에 대한 결정에 마음이 수시로 변화한다. 또한, 임신 중에 찾아오는 다양한 몸의 변화에 마음이 요동치고 있다.
임신의 슬픔 1
36주 0일 차. 갑자기 옷을 갈아입다가 튼살을 발견했다. 이 정도면 갑자기 생기진 않았을 텐데 내가 내려다볼 때는 튀어나온 배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아래쪽 부분이 거울로 보니 너무도 선명했다. 며칠 동안 이미 생겨버린 튼살로 마음이 울적했다. 생기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한 번 생기면 잘 없어지지 않는다는데'라는 생각이 계속 맴돌았다.
임신의 슬픔 2
37주쯤이었나, 갑자기 목주름이 눈에 들어왔다. 튼살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건 보이지 않는 부위이지, 이건 뭐람?! 원래 2줄 정도는 연하게 있었는데 갑자기 그 아래에 또 그 아래에 무슨 나무 나이테처럼 반원모양의 형태로 겹겹이 생긴 걸 보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이건 아니잖아?! 검색해 보니 임산부들이 목주름이 많이 생긴다고 한다. 그래도 '한 번 생긴 건 없어지지 않는다는데...' 거울을 볼 때마다 내 눈길의 종착지는 목이다. 이제라도 목에 수분크림을 바르고 손 마사지를 시작했다. 슬픔을 억누르며..
임신의 기쁨 1~10000000?
이 모든 슬픔을 가볍게 초월할 하나의 행복이 곧 우리에게 찾아오겠지? 튼살자국이나 목주름 같은 건 그냥 어쩔 수 없는 상처 같은 것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게 있는 법인데 얻는 게 너무도 크니 그 정도의 슬픔이나 잃는 것들은 감수해야겠지. 몸 건강히 임신기간을 보내고 출산을 눈앞에 두고 있음을, 미적 아름다움보다 진짜 건강이 중요함을, 그것을 가질 수 있음에 감사하며 마음을 다스려야 할 것 같다.
그런 슬픔을 가볍게 눌러주는 '나'라는, '너'라는 존재의 기쁨
나는 엄마에게 어떤 것들을 빼앗았을까? 엄마도 튼살자국이나 목주름이 생겼어? 엄마도 입덧을 했어? 묻고 싶은 것들이 천지이나 마음속으로 물을 뿐이다. 엄마가 살아계셨다면 우린 더 많은 이야기를, 내가 몰랐던 엄마의 임신기간이나 나의 아기시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겠지?
내가 앗아간 것들 보다 나의 탄생이 엄마와 우리 가족에게 더 큰 행복이 되었을 것이라 기대해 볼 밖에. 그건 아마 정답일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우리를 사랑과 희생으로 키워주신 걸 테니. 묻지 않아도, 물을 수 없어도 나의 엄마로 살아준 그녀의 인생이 답을 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