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만은 부자

경험이 많은 마음부자가 되도록

by 녹차맛아이스크림

원래 아이 낮잠 재울 때도 모로반사 때문에 스와들 스트랩을 해두는데 오늘 아침은 세탁을 해서 머미쿨쿨만 해서 재웠다. 두 달 조금 지나고부터 손싸개를 풀어줬는데 잠자는 새에 많이 긁었는지 얼굴에 피딱지가 2개나 선명하게 생겨버렸다. 상처를 보는데 너무 속상했다. 아이들은 피부 재생이 빠르니까 이 또한 며칠 지나면 빠르게 낫겠지만 작은 상처에도 마음이 안 좋아진다. 이제 진짜 부모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아이에게 좋은 것을 해주고 싶고, 배움의 기회, 경험의 기회를 안겨주고 싶다. 최대한 많이 같이 시간을 보내며 이것저것 함께 경험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게으른 나이지만 엄마가 된 이상 더 이상 게으르게만 있을 순 없는 노릇이니까. 건강하고 경험과 추억이 풍부한 아이로 자라나도록, 그래서 마음이 부자인 아이로 자랄 수 있도록 부모의 역할을 해주고 싶다.


나는 겁이 많은 편이라 놀이기구를 무서워한다. 수영도 못하고 태어나서 스키장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유럽에서 탔던 케이블카가 흔들릴 때마다 내 마음도 요동쳤다. 일본 오사카 여행 때는 햅파이브 관람차를 탈 때는 밖을 쳐다볼 수 없었다. 여행을 하면 느낀 점은 내가 좀 더 겁이 없었다면 즐길거리가 몇 배는 늘어나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스위스에서 패러글라이딩도 해보고 싶었지만 겁쟁이인 나는 엄두도 내지 못하지.


어릴 적 부모님은 바쁘셔서 자전거나 롤러스케이트를 가르쳐줄 수 없었다. 자전거는 스스로 배웠다. 그땐 그럴 수밖에 없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내겐 소중한 추억이 있다. 여름방학 때마다 사촌언니, 사촌동생들이랑 계곡에 갔던 기억, 텐트 치고 잤던 기억이 그것이다. 이런 여름의 기억이 겹겹이 쌓여 서울에 사는 사촌언니와 거리는 멀었으마 마음만은 돈독한 사이가 될 수 있었다. 매년 여름이면 서울이모는 지방까지 내려오셨고, 막내이모는 드라이버를 담당했다. 엄마가 항상 모든 살림살이를 바리바리 싸들고 준비하는 역할을 해주셨다. 엄마가 모두를 챙긴 덕분에, 뜨거웠던 여름에 차가웠던 계곡물에 몸을 담갔던 기억들이 쌓여 우리의 마음도 부자가 되었다. 그런 추억 때문인지, 취직 후 서울에 올라와서 서울이모댁에서 신세를 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취직 후 스물다섯 살 때 수영을 배우려고 했지만, 레슨이 평일 저녁 고정 시간이었고, 당시 야근이 많았던 시절이라 출석 횟수는 점점 줄어 이내 포기해 버렸다. 내가 좀 더 할 줄 아는 게 많았다면 '지금 아이와 함께 즐길거리도 많아졌겠지?'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러나 내가 수영을 못해도 수영장에는 같이 갈 수 있다. 수영을 같이 배워볼 수도 있겠지. 스키를 못 타도 일단은 같이 스키장에 갈 수는 있고, 캠프 같은 데에 보내줄 수도 있겠지. 겁이 많은 성격 탓에 액티비티 면에서는 경험치가 적더라도, 여름의 계곡여행과 같은 가족과 함께하는 경험만큼은 자랑할 수 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만드는 것이다.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생각도 넓어질 수 있기를 바라면서! 엄마와 아빠가 더운 여름날 텐트를 치고, 여행 준비물을 챙기며 고생해 준 덕분에 이런 생각을 할 줄 아는 엄마로 자랄 수 있지 않았을까. 부모님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나 또한 멋진 엄마가 돼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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