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일기장

맑은 마음으로 육아하기 위하여

by 녹차맛아이스크림
결심의 순간들

요새 나를 힘들게 하는 건 아이의 울음소리였다.
그 소리에 집중될 때,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을 때 나는 극도의 혼란에 사로잡혔다.
만 8개월의 육아 기간 동안 내 마음은 자주 들썩거렸다. 그만큼 분노까지 오르는 게이지가 점차 빨라졌다. 그래서 아주 작은 것에도 급발진을 하게 된다고나 할까.
그래서였을까. 어제는 내 머리를 스스로 세게 때린다거나, 울어본다거나, 분노에 사로잡혀 바닥을 주먹으로 쳐보기도 했다.

그러다가 오후 1시 즈음 마음을 고쳐먹고 아이와 드디어 집밖으로 나갔다.
나와서 걷다 보니 '뭐가 그렇게 힘들었나?'싶고, 다시 잘해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 마저 들었다. 사람의 감정은 솔직하면서도 복잡해서 실소가 나오기도 한다.


엄마의 일기장(을 볼 수 있었다면)

엄마의 오래된 일기장이 있었다면, 그걸 지금 볼 수 있다면 어땠을까. 육아팁이나 마음공감을 얻을 수 있었으려나.
엄마는 나보다 더 긍정적이고, 활기차게 육아를 하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나처럼 우울이나 분노라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그녀만의 스타일대로 명랑하게 육아를 하고 있었겠지. 그래, 그녀는 '명랑'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만약 그녀가 지금의 내게 한 마디를 해준다면 아마도 "넌 더 했어 이 계집애야." 정도 일 것이다.
그렇다. 나는 더 했으면 더 했지 덜 했을 위인이 아니다.

우울의 감정, 분노의 감정, 마음에 들지 않는 나, 모두 바꿀 수 있다.

결국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탄 끝에 내가 알아낸 것, 결심한 것은
우울, 분노와 같은 좋지 않은 감정 속에 갇혀버리면 한없이 그 안으로 빠져들고 만다. 헤어 나와야 한다. 그리고 바꿀 수 있다.
결론만 기억하면 된다. 바꿀 수 있다.

다행히 추웠던 겨울이 물러가려는 시점이다.

나는 앞으로 힘들 때면 무조건 밖으로 나갈 것이다.
그리고 자연 속에서 힘을 얻을 것이다.
지난 가을날의 내가 그랬듯이.
그리고 화가 날 것 같으면 거울을 볼 것이다.
그 안의 추한 내 모습과 마주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맑은 마음으로 아이를 대할 것이다.
이런 결심의 순간들이 무색하게 마음이 또 무너져 내릴 때가 오겠지만, 그래도 그때는 또 아이와 밖으로 나가면 되지. 다시 한 발을 내딛고 다시 시작할 힘을 얻으면 되지.

나의 일기장

왜 힘들 때만 더 잘 기록할까? 내 핸드폰 노트에는 힘들었던 기억들만 기록되어 있는 것 같다. 먼 훗날, 우리 아이가 내 일기장을 보게 되면 어쩌나. 실은 거기에 기록되지 않은 남은 날들은 모두 행복과 기쁨이었을 텐데.

좋은 것도 기록해 두자. 행복하고 좋았던 추억도 기록하고 간직하자. 미래의 우리 아이가 내 일기장을 봤을 때 나도 '명랑했던 엄마'로 기억할 수 있도록 말이다.


시간이 지난 후 지금 겪는 모든 감정들, 모든 순간이 다 소중할 것임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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