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은 늘 좋다. 새해도 그렇다.

by 뽀닥

새해가 되었다.

'작년의 나'는 운동도 하지 않고, 되는대로 먹고, 아침에 살아서 눈 떴으니 오늘도 그저 살아보자라는 태도로 자기 발전이라곤 손톱만큼도 없는 시간을 보냈으나, 그건 2021년의 나다. 단지 자고 일어났을 뿐이지만 오늘의 `나'는 모든 게 리셋된 느낌이다. 어찌 되었든 새해 아닌가. 흠집 하나 없는 새것, 새해 2022년. 신상의 기운이 뿜어져 나온다. 이 신상 2022년을 차근차근 내 것으로 길들이기 위한 진부하지만 꼭 필요한 일, 계획표를 짰다. 계획표의 이름은 <어제와 똑같으면 이젠 진짜 망한 거다>이다.


어제와 똑같은 하루를 보내도 건강하던 젊은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중년인 나는 어제와 똑같은 하루를 보내면 근 손실을 피할 수 없다. 콜라겐도 쑥쑥 빠진다. 중년이지만 얼굴이 약간 동안 느낌 나니까 아직 괜찮지 않을까~라며 여유 부리고 있기엔 쳐지는 볼살의 속도가 심상찮다. 이젠 진짜 몸을 써야 한다. 계획표의 첫째 줄에 큰 글씨로 '등산'이라고 썼다.

일주일에 세, 네 번은 집 근처 산에 간다. 1시간 40분~2시간 정도 시간이 소요되는데 산책 겸 운동으로 딱 적당하다. 이 산도 처음 정상까지 오를 때 꽤 헉헉댔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지금은 잠깐 딴생각 좀 하고 나면 어느새 정상이다. 심지어 정상 찍고, 옆 봉우리까지 갔다 온다. 시나브로 근력이 생겼나 보다. 이슬아 작가의 어느 책에서 `체력이 인품이다. 피곤하면 성격 나빠진다`라는 글을 봤다. 절대적으로 공감한다. 피곤하면 마음의 여유가 없어 주변 사람들에게 함부로 대할 수 있다. 체력을 키우자! 책을 읽는 것만큼 운동도 소중하다.


계획표의 둘째 줄은 '아침 일기 쓰기'로 채워졌다. 며칠을 제외하곤 아직 잘 실천 중이다. 일기라고 하지만 어제를 반성하고 오늘을 준비하는 거창한 글은 아니다. 그저 생각나는 대로 두서없이 적는다. 어제 있었던 일이나 상상했던 일, 부끄러웠던 일이나 갑자기 떠오르는 아이디어 등, 마구잡이로 쓴다. 하지만 생각과 감정을 잡아서 글로 옮기기 위해서는 키보드로 입력하거나 볼펜으로 쓰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한데, 그 짧은 시간 동안 좀 더 깊은 사고를 하게 되는 묘한 경험을 했다. 나는 자기학대가 심한 편이다. 다 같이 밥을 먹다가 그릇이 깨지면 `내가 뭔가 잘못했나?`라고 생각할 정도다. 파편처럼 흩날리는 자기 학대의 조각들을 글로 옮겨 적다 보면 감정은 희미해지고 사실만 부각돼서 걱정했던 일이 딱히 걱정할 정도의 일이 아니었으며 괜한 감정만 소비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우친 적이 있었다. 어느새 아침 일기는 늘 하고 싶었지만 막연해서 실천 못 했던 '명상'의 또 다른 이름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실천해야 할 계획은 건강한 음식 먹기다. '해야 할'이라고 미래형으로 썼다. 여전히 잘 실천하지 못해서다. 앞서 에세이에서도 몇 번 언급했듯이 나는 요리를 못 한다. 아니 안 한다. 요리하는 시간이 아깝다고 인스턴트, 레토르트 음식을 주로 먹었다. 중년인 지금까지 말이다. 하지만 이젠 변해야겠다. 먹거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여러 사람들이 말하지 않아도 안다. 좋은 음식을 먹었을 때의 몸 상태와 그렇지 않을 때의 몸 상태를 바로바로 느낄 정도다. 중년이란 그런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장착된 '기본 세팅값'이 무너지는 것이 느껴진다. 밖에서 이 '기본값'을 받쳐주지 않으면 어느 순간 폭삭 가라앉을지 모른다. 골다공증과 노안이 오고 있다. 이 말은 라면에 밥 말아먹을 때가 아니고 닭가슴살을 말아먹을 때라는 뜻이다. 기본으로 장착된 세팅값을 유지하기 위해 건강한 음식을 먹어야겠다. 이건 아직 걸음마도 겨우 뗀 상태의 목표지만 끝까지 가져가고 싶은 목표기도 하다.


튼튼한 근육과 건강한 정신, 그리고 몸속 기관들. 이 모든 것이 어제와 똑같으면 이젠 진짜 망하는 중년의 한가운데에 섰다. 실천만이 남았다. 1월 한 달은 꾸준했다. 이제 11개월 남았다. 가보자!









매거진의 이전글미용을 포기하고 치료를 선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