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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색나무 Jul 06. 2024

긴 밤과 고투(孤鬪)하는 당신에게

컴컴한 어둠과 푸른 새벽 그 어딘가에서

 이 세상을 사는 사람들 중에 남에게 말하지 못하고 자신과, 또 무언가와 끊임없이 고군분투하고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요? 질문을 조금 바꿔 다시 말해 보겠습니다. 여러분의 삶은 과연 ‘안녕하신가요?’ 소설을 즐겨 읽는 분들이라면 소설의 매력이 무엇인지 대번에 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른 장르와 달리 소설은 픽션(Fiction)입니다. 어떤 사실(fact)이 아닌 지어낸, 허구에서부터 흘러나오는 이야기라는 것이죠. 다시 말해, 소설에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은 자신이 장차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될지 한 치 앞도 잘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소설을 읽는 독자는 특정 이야기에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의 상황은 물론이고 그들이 장차 어떤 인물을 만나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이라는 소설의 5단계를 거쳐 어떤 식으로 본 소설의 결말이 이루어지게 될 것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습니다. 즉 독자는 소설에서 마치 전지적 위치에 있는 일종의 신(神)과 동일한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책은 ‘세오 마이코’라는 일본의 작가가 쓴 『새벽의 모든』이라는 책입니다. 원제는 ‘All the long nights’인데 ‘그 모든 긴 밤들’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짐작이 가는대로, 본 소설의 주인공들은 어두움을 지닌 채 살아가는 이들로, 남에게 말하지 못한 자신의 어둠과 고군분투하며 살아가죠. 본 소설의 주인공은 두 명인데, 한 명은 ‘후지사와’라는 PMS(월경전 증후군)를 앓고 있는 젊은 20대 중반의 여성이고 다른 한 명은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역시 같은 20대 중반의 남자 ‘야마조에’입니다.       


이들은 누군가에게 말하지 못하고 혼자 자신의 ‘밤’과 계속 씨름하면서 싸워나가고 있습니다. 본 소설은 다른 소설과는 달리 남녀 주인공이 서로를 만나 사랑을 하게 되고 보편적인 훈훈한 로맨틱한 사랑 소설과는 다른, 어느정도 거리를 지니고 있죠. 따라서 독자는 전지적인 상황에 놓인 그들의 ‘제3의 눈’으로 이들이 처한 모든 상황과 사건들을 대하며 공감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마치 쉽게 비유를 들자면 주말 드라마를 시청하는 시청자들은 특정 드라마가 펼쳐지는 서사 전개와 사건을 너무나도 잘 알지만 특정 등장인물에게 다가가 직접적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실마리를 툭 던져 줄 수는 없다는 것과 매우 흡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본 책을 읽으면서 과거 읽었던, 2021년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서 출판된 『영혼의 밤을 지날 때』라는 책이 생각났습니다. 본 책 역시 본 소설과 주제는 유사합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긴 밤’(우울증)을 지닌 이들이 어떤 식으로 자신의 밤을 대하고 대처했는지, 그리고 그들의 삶은 어떻게 흘러가고 결말이 났는지 등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마음 같아선 본 책도 시간이 나는 대로 서평을 올리고 싶은데 어찌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혹시 요즘 후지사와나 야마조에처럼 남에게 말하지 못하고 ‘긴 밤’을 걸어오신 모든 분들이 계시다면 ‘세오 마이코’의 『새벽의 모든』을 자신있게 권해드리면서 더불어 책 이외에 다른 것을 통해 자신의 긴 밤을 누구에게 털어놓고 싶으신 분들에게는 김창옥 강사님의 ‘그래 여기까지 잘 왔다’라는 제목의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강연 시청을 강력히 권합니다. 다음과 같은 말로 늘 하루를 시작하는 구리타 금속이 추구하는 방향을 잘 보여주는 문장을 끝으로 본 서평을 마치고자 합니다.      


“다들 왔지. 그럼 오늘도 무리하지 말고, 탈 없이 안전하게, 잘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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