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Anonymous Warrior
얼굴을 보지도 못했어요.
얼굴은 표정을 감추기 때문이에요.
표정에는 얼굴이 없어요.
표정은 늘 가면을 쓰고 있기 때문이에요.
표정은 늘 지쳐있기 때문이에요.
뒷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
나무가 되고 싶을 뿐이에요.
나무는 표정이 없어요.
나무는 슬프지도 않아요.
나무는 늘 자신의 호흡을 나눠주기 때문이에요.
마치 무가 독을 흡수하는 것처럼
나무는 광합성을 하고
인간은 광합성을 받고
하나의 꽃을 피우지요.
인간은 나무고
인간은 꽃이고
인간은 사물이고
인간은 넘어질 때가 많아요.
나무는 상처가 나도
아프지 않아요.
나무는 링거를 맞아도
거뜬히 버텨요.
살아야 하는 이유를 잘 알기 때문이에요.
나무는 인간이고 인간은 나무에서 태어나요.
나무는 종이이고 종이는 또 다른 나무를 만나야만 해요.
그런데 비석에 있는 나무를 보니
나무는 울고 있고
나무는 쓸쓸하고
아무런 말이 없어요.
마치 환자를 진찰하는 의사처럼
나무를 진찰하고
나무를 촉진하고
나무에게 주사를 맞혀야만
비로소
숨쉴 수 있을 것 같아요.
쓸쓸함 대신 행복하고 싶어요.
단지 그 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