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과 인간에 관한 이런저런 생각

생각 꽃, 식물

by 풀잎

나는 여타의 비인간 생명이 욕망에 있어 인간보다 순수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능력에 있어서는 어떤 면에서는 인간보다 뛰어나고 어떤 면에서는 못하다 생각한다.

한 저울에 인간의 생명과 비인간 생명을 올려놓았을 때- 식물을 살릴 것인가 인간을 살릴 것인가, 동물을 구할 것인가 인간을 구할 것인가- 그럴 때엔 아마도 인간에게 기울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지는 않고 세계가 인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에는 반대한다.


사람 곁에서 살아가는 풀은 자주 잘려 나간다. 잡초는 인간에게 푸대접을 받는다(내가 농부라면 나 또한 잡초는 지긋지긋할 것이다. 농부가 잡초에 너그러울 수는 없다). 어떤 이는 그것을 매우 안타까워한다. 과도한 행정에 불만일 때가 있지만 나는 식물이 그렇게 깎이고 베이면서도 사람 곁에서 사는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도 그곳이 빛 닿지 않는 숲 속보다 살만하니까 사는 것이라고, 인간이 다른 큰 식물을 적당히 제거해 주는 것을 이용하면서 말이다(이것은 자칫 가해자의 논리가 될 수 있음을 안다). 물론 그러다가 인간에 의해 사라지고 마는 종도 생긴다. 인간은 뒤늦게 안타까워한다. 이것은 인간의 '종 특이성'이다. 오죽하면 '있을 때 잘해'라는 말이 생겼을까.


듣기에 거북한 이름을 가진 식물도 있다. 그러나 식물은 그 이름에 관심이 있을 것 같지 않다. '개', '좀' 같은 '~ 보다 못하다'는 의미의 접두어가 붙어도 그들은 제 존재를 누구와 비교하여 낮다 비관하지 않을 것이다. 인간이 붙여준 이름이 그들에게 의미 있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비교는 의식이 있는 인간이나 하는 일이다. 이런 측면에선 누구보다 고달픈 생을 사는 인간이 안쓰럽다.

오로지 인간만이 인간이 붙인 이름에 영향을 받는다. 그 이름 하나로 식물을 평가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는 의문이다. 그에 앞서 존재 자체를 모를 것이다. 그렇다고 대부분의 사람이 크고 예쁜 꽃을 좋아하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누구는 크고 화려한 꽃을, 누구는 작고 소박한 꽃을, 애정을 두루 주는 다양성이 필요하지 골고루 공평하게 주는 것은 불가능하고 옳지도 않다. 공평과 평등은 실현 불가능한 가치다. 누구나 무대 중앙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폭력이 될 수 있다. 나도 가끔 중앙에 서고 싶을 때도 있지만 주로 그늘진 구석을 좋아한다. 각자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아주면 된다. 사람이나 식물이나.


식물은 나름의 목적으로 어떤 식물은 큰 꽃을 피우고 어떤 식물은 눈에 띄지 않는 꽃을 피우는 것으로 진화했다. 인간이 꽃을 보아주지 않는다고 서러워할 식물은 없을 것이다. 「사피엔스」의 유발 하라리에 의하면 오히려 인간 길들이기에 성공했다는 밀조차도 그럴 것이다. 나를 포함한 소수의 사람은 벼에도 꽃이 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많음을 안타까워 하지만 벼는 인간이 종족 번식에 일조하는 한 아무 상관없을 것이다. 안타까움은 오로지 인간의 몫이다.


식물이 인간에게 대접을 받는 것도 딱히 좋아할 것 같지 않다. 그래봤자 장미처럼 산업적으로 이용돼 개량종만 수도 없이 생겨날 것이다. 개량종 대부분은 종족번식을 할 수 없다. 장미가 인간 눈에 예뻐 보이려 한다면 그건 인간이 제 종족을 번식시켜 주기 원할 때, 즉, 장미에게 인간은 벌이나 다름없는 존재일 때 반가운 것이다. 인간? 뭐 별 거 있나? 인간만이 자아비대증으로 스스로에게 대단한 의미를 부여한다. 한낱 벼에게 이용당하는 존재인 줄도 모르면서. 식물이 없으면 자력으로 살아갈 수 없는 줄도 모르고서 식물을 함부로 대한다. 인간은 멸종해도 세상은 굴러갈 것이지만 식물이 멸종하면 세계는 멈춘다.


그러나 인간은 무시할 수 없는 어마무시한 존재다. 인간이 절대 우위의 존재임을 내세우며 식물의 삶을 쥐고 흔든다. 인간을 이용하는 식물이 있다 해도 얼마나 되겠는가. 인간으로 인해 피해를 겪는 식물이 훨씬 많을 것이다.

이름 하나도 허투루 지어서는 안 되는 이유도 인간이 언어의 동물이기 때문이다. '개똥이'란 이름만으로도 그를 천시하는 게 인간이다.

풀이 깎여 나가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이 멸종위기의 동식물을 구한다. 그들이 지키고 보호하고자 하는 것은 자연과 인간 모두이다.

꽃 피우지 않는 식물은 없다는 것, 잡초도 꽃을 피우고, 풍매화도 인간에겐 보잘것없는 꽃이지만 꽃을 피워 종족을 잇는다. 당신과 나처럼 지극히 평범한 우리들처럼 아무것도 아닌 생을 최선을 다해 살아낸다. 씨앗을 널리 퍼뜨리기 위한 방법을 고안하고, 서로 어울려 사는 방법을 모색하고, 때론 술수도 부린다. 이것은 의인화가 아니다. 인간도 식물도 살아있는 존재는 모두 안쓰럽다.


구슬붕이
노랑선씀바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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