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를 아십니까

생각 꽃, 식물

by 풀잎

양파를 좋아해 아무 데나 넣어 먹는데요, 요 며칠 양파를 손질할 때면 피식피식 웃음이 나요.

감자는 덩이줄기, 고구마는 덩이뿌리를 먹죠. 그렇다면 양파는 어느 부위를 먹는 걸까요?

글쎄, 분명 땅속에서 부피를 키우니 뿌리? 아니면 감자처럼 비대해진 줄기?

땡, 둘 다 아니랍니다.


우리가 먹는 양파 부위는 줄기도 뿌리도 아닌 잎이라는군요.

잎이라고요? 줄기는 그렇다 치고 땅속에서 잎이 자란다고요?

흔히 구근을 알뿌리, 비늘줄기라고 해서 여태 잎이라고는 생각을 못 했어요.

잎이 하는 일이 무언가요?

광합성을 해 양분을 만드는 것인데 생산은 않고 저장만 하는 잎이 있다니요!

무엇 때문에 삶의 방식을 이렇게 정했는지 알 수는 없어도 아무튼 식물의 세계는 알면 알수록 놀랍고 재미있습니다. 허를 툭 치고 들어오는 상상력도 대단하죠?

대부분의 백합과 식물- 마늘, 달래 등이 양파처럼 양분을 저장하기 위한 저장엽을 만드는 식물이라고 해요.


그런데 이게 뭐가 웃기냐고요? 글쎄요, 내가 자꾸 웃게 되는 건 양파의 줄기 때문입니다.

밭에서 자라는 양파를 본 적이 있나요? 푸른 잎이 파와 비슷해요. 파처럼 꽃대를 올려 하얗고 둥근 꽃도 피우죠. 지상의 잎이 시들기 시작할 즈음이면 땅속 저장엽도 영양을 충분히 저장하여 우리가 먹기 좋게 자라 있는 거겠죠.

그런데 줄기는 어디에 있을까요? 지상의 줄기를 잎으로 잘못 알고 있었던 걸까요? 아니면 뿌리에서 바로 나는 뿌리잎일 뿐 줄기는 아예 없는 걸까요? 그러나 줄기가 없는 건 이끼 같은 선태식물에나 해당하죠. 줄기는 정말 어디에 있는 걸까요?


양파를 손질할 때엔 보통 먼저 삐죽삐죽 나온 뿌리 부위를 자른 후 속을 보호했던 겉껍질을 벗기죠. 그런 후에 대개는 세로로 반 잘라요. 그리고 아랫부분 반원형의 딱딱한 곳을 잘라내겠죠? 짜잔, 그 노루 꼬리만 한 딱딱한 부위가 바로 줄기라는 겁니다.

오잉? 에게, 저게 줄기라고? 이때부터 괜히 웃음이 피식피식 나는 겁니다.

뭐가 우습냐고요? 모르겠습니다. 그냥 자꾸 조그맣고 단단한 양파 줄기를 보면 웃음이 나네요.

양파의 비밀을 알아버린 것도 같고, 단단한 줄기의 슬픔을 알아버린 것도 같은 웃음이 살캉, 아삭, 양파의 식감처럼 씹힙니다.


줄기는 뿌리와 잎을 연결하는 조직입니다. 한마디로 줄기는 연결입니다. 그 일을 해내기 위해 양파는 저 작은 줄기를 단단하게 응집하였습니다.

나와 세상, 부모와 자식, 아빠/엄마와 자녀, 친구와 친구, 상사와 부하 직원, 어디에나 어지럽고 복잡한 관계의 미로에서 관계의 얽힌 끈을 풀고 단단하게 잇고자 하는 나 자신과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모든 연결 그 사이에서 오늘도 분투하는 줄기 같은 그대를 응원합니다. 양파의 줄기처럼 있는 줄도 모르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대도 줄기가 없으면 뿌리와 잎은 해체되고 맙니다. 그러니 우리라는 존재는 언제고 서로를 존중해야 하는 것 아닐른지요.







여기서 잠깐 내친김에 구근식물의 종류를 알아보겠습니다.


1. 비늘줄기(저장엽)

잎과 줄기가 비늘조각 형태로 서로 겹쳐 덩어리가 됨

예) 양파, 백합, 수선화


2. 알줄기

땅속줄기가 둥그렇게 비대해져 껍질에 쌓여있음

예) 토란, 프리지어, 크로커스


3. 뿌리줄기

땅속줄기가 비대해지는데 구 형태가 아님. 옆으로 줄기를 뻗으며 줄기 마디에서 지상으로 잎을 냄

예) 생강, 연근, 칸나


4. 덩이줄기

땅속줄기가 비대해짐. 겉껍질이 없음

예) 감자


5. 덩이뿌리

뿌리가 비대해짐.

예) 고구마, 달리아, 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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