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마케팅의 교묘함

A. 선을 그어 나가는 마음 #02

by 우드노트


‘데이터 마케팅’에 대해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아무리 자기 PR이 중요하여 개인도 자기 자신을 마케팅해야 하는 시대라고는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마케팅의 본질이다. 마케팅은 제아무리 그 방법이 센스 있고 세련된 기술을 사용하여 상업적 분위기를 숨긴다고 할지라도 결국 판매를 목적으로 한다. 빅데이터 역시 하나의 기술이지만 주로 이용되는 곳은 시장이며 우리는 거기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있다. 빅데이터가 마케팅과 결합되면, 기업은 대량생산할 수 있는 효율적이고 편리한 제품을 팔고 싶기 때문에 인간을 전형화한다. mbti가 인간을 16가지 분류로 분석하는 동안, 기업은 그들을 그보다 더 적은 n 가지의 인간으로 만들어버린다. 이마트에 갔지만 쇼핑을 마치고 짐을 집으로 배송시킨 뒤 카페골목으로 나가 프랜차이즈가 아닌 커피집에 가고 싶었던 사람에게 '당신은 스타벅스가 싸고 편리하고 사고 싶을 겁니다' 하고 강요한다. 지금이야 구글에 옷을 검색하면 며칠 동안 SNS에 별로 마음에 들지도 않는 옷 가게를 계속해서 며칠간 광고하는 정도에 그치지만, 만약 SPA 브랜드의 수많은 옷 리스트 중에서 가장 적합한 옷을 눈앞에 들이민다면 어떨까. 개인은 그 옷을 보기 전까지는 그와는 다른 옷을 상상하고 있었지만 결국 눈앞에 제공된 편리함과 적당함을 구매하게 될 것이다. 옷 한 벌의 얘기가 아니라 시장 전체가 이렇게 된다면, 개인은 개성을 잃어 더 이상 개인이 아니게 된다.


나는 카카오가 귀여운 캐릭터를 앞세워 마케팅의 본질을 숨기고 '이색' 캐릭터 상품(이들은 전적으로 카카오를 통해서 살 필요가 없는 기존에도 있었던 상품들이다)들을 팔아 치우는 것이 기본적으로 두렵다. 기업들은 편리함이라는 전제, 기술적으로 발전된 기업이라는 진보적 이미지의 표방을 통해 우리 삶에 상품의 판매라는 기업의 본질로서 스며든다. 이 방식이 점점 교묘해지기에 우리는 점점 더 많은 구매 욕구가 생기고 불필요한 상품을 사게 된다. 자본이 자본을 만들어내는 판매 전략이 너무 세련되고 보기 좋고 맘에 들기만 한다면 그 사람은 본업 마케터나 기업가를 목표하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한낱 소비자에 불과한데도 그런 마음이 든다면, 기술 진보가 마케팅과 어떻게 담합하는지 그 양상을 어느 정도라도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일부러 눈에 띄거나 거슬리지 않는다는 전략조차


내가 건축을 그만두고 커뮤니티 사업 마케팅에 일조하게 될 줄 알기라도 했던 것 같은 지난 글쓰기 챌린지 질문의 선견지명이 놀라울 따름이다. 본래 건축도 눈에 보이지 않는 상품을 만들어 파는 일이라는 걸 앞선 글들에서 언급한 바 있다. 그런 의미에서 돈을 벌어들이는 대부분의 일들은 마케팅이다. 다만 건축은, 특히 아뜰리에는 규모면에서나 그것을 구매하고자 하는 고객 입장에서나 그나마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기보다는 사적이고 개인적인 취향과 욕구가 들어간다. 말하자면 비스포크 같은 느낌이 있다. 하지만 빌딩, 아파트, 단지, 개발 규모로 가면 거기에도 일종의 데이터가 들어간다.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과연 계층화하고 구분 지을 수 있는지 여전히 의문이지만 어쨌든 건축 세상에도 소위 타겟층 분석, 사업성 분석 같은 것들이 작동하고 심지어는 그것만을 업무로 맡고 있는 기업들도 있다.


어쨌든 건축도 상품을 파는 일이기 때문에 일하는 입장에서 미술 작품을 만든다는 생각을 잠깐 떼어놓고 객관적으로 시장의 입장에서 내가 참여하고 있는 상품을 바라보는 일이 필요했었다. 다만 형태적인 완결성과 미적 아름다움을 동시에 요구받는 입장에서 나의 건축 작업을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많은 건축사사무소들의 업무에 밤샘이 뒤따르는 이유는 아마 기능적인 요구만을 맞추는 것까지는 근무시간 내에 가능할지 몰라도 미적인 자기만족(과 고객의 만족)을 동시에 충족하기가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야근 이후는 미적인 작업이라고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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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이미 리틀캐빈클럽에서 위에서 말한 상품의 본질과 그것을 포장하는 작업을 함께 하고 있다.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한다는 것은 건물의 공적, 또는 외적인 이미지를 형성하는 작업과 유사한 것 같다. 로버트 벤츄리 이후로 지금까지 그 방향성과 유행이 여전히 건축계의 한편에서 유효하며 건물은 간판화되고 아이코닉하게 바뀌어왔다. 그것은 인간 보편의 뇌 인지가 랜드마크적인 것, 주변과 다른 것을 더 기억하기 쉽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조화와 협력이 아니라 광고와 선전의 효과를 건축이 자본주의와 상업주의로부터 가져왔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대부분의 건축은 시대성을 띠기 때문에 아이코닉한 존재로서의 건축을 의식하고 전제하여 만들어진다. 따라서 '일부러 눈에 띄거나 거슬리지 않는'다는 전략조차 완전히 아이코닉한 행위이며 나는 이제야 그 논리로부터 거스를 수 없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지금의 회사에 입사하게 되는 과정 속에서 이미 마음의 정리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보다 자연스러운, 보다 본질적인, 보다 은근하고 강압적이지 않은 제스처를 찾아가려고 한다. 그것이 '일부러 눈에 띄거나 거슬리지 않는' 전략일 뿐일지라도 리틀캐빈클럽이 생각하는 브랜드 이미지 자체가 꽤나 그런 편이기도 하다. 그리고 내가 그것마저 하지 않으면 예전의 내가 멋없다고 생각하던 어떤 가상의 인물처럼 되는 것 같아서 살아가는 동안 마음의 숙제처럼 갖고 있게 될 것이다. 누군가는 그런 고민을 왜, 뭐 하러 하냐고 묻지만 나에게는 상업과 윤리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 과 하지 않는 것이 내가 인간인가 아닌가를 가르는 중대한 문제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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