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60

내 안을 정원처럼

by Grey Hoo

요즘 나는,
나 자신이 어디 위에 있는지를 자주 살펴본다.
감정 위인지, 생각 위인지,
아니면 누군가의 말 위에 올라타 있는 건 아닌지.

예전엔 그냥 흘러갔다.
내가 어떤 상태인지보다
해야 할 일, 맞춰야 할 사람,
그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으니까.


명상을 한다.
거창한 건 아니다.
사실은 가만히 앉아 있는 것도 아니고,
대부분은 그냥 누워서
내 안이 어떤 상태인지
그냥 한참을 느껴본다.

그러다 보면
예전엔 전혀 감지하지 못했던 것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마치 내 안을 정원처럼 들여다보는 일이다.
무엇이 자라고 있고, 어디가 메말라 있는지 천천히 살핀다.


어떤 사람을 만나면
표정은 담담하고, 말투는 부드럽다.
하지만 그 말 사이로
조용한 가시가 스친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어디선가 부정적인 기운이
얇게 퍼져 나오는 게 느껴진다.

나는 대화를 이어간다.
표정은 자연스럽고, 흐름은 끊지 않는다.
하지만—
그 말에 마음을 기대진 않는다.

지금의 나는,
그 기운을 바로 알아챈다.
예전엔 그냥 지나쳤던 걸
지금은 분명히 느낀다.


그렇게 살아가는 게
나한테 자연스럽다.
예전보다 나한테 더 가까이 있는 느낌,
그게 요즘 내가 느끼는 변화다.

이게 완성된 모습은 아니겠지만—
지금의 나는
조금 더 분명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걸 안다.

그리고
그걸 느끼는 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지금은 충분하다.
아무렇지 않게, 자연스럽게.
지금의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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