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충덕 Oct 25. 2023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장군은 총을 쏘지 않는다.

장군은 총을 쏘지 않는다.



제주 올레길 8코스와 9코스를 걷다가 숙소에 들어와 읽는다.



   과학자가 쓴 소소한 에세이다. 천문학자가 천문학을 안내하기보다는 꾸려가는 삶에서 느끼고 생각하고 경험한 일을 텍스트로 바꾸었다. 박사 학위를 받을 때까지 삶을 풀어놓은 행간에서 그의 ‘성실’함을 본다. 학위를 받고 긴 시간을 비정규직 행성 과학자로 살다가 교수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앎과 삶을 연결하여 그려 낸다.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는 관측보다 측정 자료의 분석과 해석이 천문학자의 주된 일임을 밝힌다고 본다. 1, 2, 4부에 마주하는 일상에 대해 저자의 생각을 풀어두었고, 3부의 ‘천문학 수업’만이 천문학에 관련 있고 공개된 명제적 지식을 몇 가지 소개한다.


    「내일도 출근하는 딸에게」가 이렇게 살아왔고 여성으로 버텨왔으니,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일깨워주는 방식이라면,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는 계몽적인 삶의 방식을 말하지 않는다. 말하지 않아도 희귀한 여성 행성 과학자로 살아가는 일이 쉽지 않음을 읽을 수 있다.


성실함이 꾸준히 이어질 때 결과를 얻을 수 있음을 재확인할 뿐이다.



   저자가 에필로그에서 밝혔듯이, 소소한 이야기라서 지적이 호기심이 강한 독자가 밑줄 치며 읽을 내용은 찾기 힘들다. 천문학자를 꿈꾸거나, 천문학 입문서 격으로 여기는 사람에게는 적합도가 높지 않을 듯하다. 영화 ‘92년생 김지영’을 보고, 공감하는 사람과 우리 때는 시집살이와 육아를 포함한 삶이 더 힘들었다고 말하는 이가 있듯이, 책을 읽으며 느끼고 받아들이기는 독자 나름이다.


   읽고 보니 2021년 6월에 1판 7쇄가 세상에 나왔다. 그렇다. 우리 사회에서 30대, 40대 여성 독자층이 대다수라더니 저자나 출판사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타겟팅은 정확했다.


2022.12.15


https://brunch.co.kr/brunchbook/grhill01


매거진의 이전글 책 제목이 뭐 그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