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책은 대부분 비문학이다. 감성보다는 이성에 치우쳐 책을 고른다. 이런 경로에 의존한 독서는 나이 듦과 공진화하며 메마른 가슴만 남겨둔다. 의도를 갖고 <감성의 끝에 서라>를 사 읽고, <시를 어루만지다>를 볼 때만 감성을 살려보려 애쓸 뿐이다. <이백 시선>이나 <루미 시초 내가 당신이라고 말하라>도 감성보다는 이지적인 모습을 기대하면 읽는다.
시집 <난 참 잘했다>를 일하는 틈틈이 읽는다.
학교 수업 중 조는 친구, 친구와 다툼, 킥복싱, 수영, 오이 따는 체험학습, 동생과 나누는 일상, 전학, 체육 시간, 버스 기사, 할머니, 엄마, 아빠, 오빠, 축구, 고양이, 분필, 어린 시절 회상, 새로 태어나는 동생, 자기가 사는 동네, 친구 이름, 선생님, 무수 방구 등 시인의 삶에서 찾은 소재는 대부분 일상에서 만나고 행하는 일들이다.
소재는 우정, 사랑, 고마움, 은혜로 주제가 되어 시가 활자로 드러난다.
시를 읽어보니 100여 편 시를 지은 소재는 거의 겹치지 않는다.
등교하고 공부하고 귀가하는 단순할 생활을 예상했다면 틀렸다.
중학교 1, 2, 3학년의 삶이 이토록 다채로울 수 있을까.
시골 중학생의 삶의 가치가 뭐 대단하겠는가 생각했다면 틀렸다.
가치를 매길 수 없을 정도로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아이들도 생각하고 행동하며 성찰한다. 조금 거칠고 덜 익었을 뿐
성적이 좋고 나쁘고는 시를 짓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은 듯하다.
자기 성적이 20점이라고 밝히는 시인이 세상에 어디 있는가.
여기에 있다.
공주시 우성중학교 전교생과 모든 교사가 시를 지어 엮은 시집이 <난 참 잘했다>다.
시집에 머리말이라니 갸우뚱했어도
“평범한 일상을 빛내는 특별한 눈”이란 서술은 “마음속에 좋은 주제를 심고 키워가기”로 이어진다. 시집을 엮은 선생님의 의도를 담아 두어 시집을 읽는 누구라도 시를 지을 수 있도록 배려한다.
30여 년 전만 해도 학교장의 경영 의지를 학교 교육목표에 넣어야 했다. ‘알아서 해봐!’라는 말에 아무개 교장은 교육철학도 없는 관리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세월은 흐르고 의식이 변했다. 어떤 사람은 학교장이 자신의 교육철학을 조직에 요구하는 것은 폭력과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화장실 개보수도 중요하고, 특별교실을 마련하는 등 예산을 투자하는 일 못지않게 학생의 지존감을 살리고, 키워주려는 시도로 <난 참 잘했다>는 시집을 출간하도록 실마리를 제공한 일은 교육철학이 없다면 시도하지 못할 일이다. 더구나 모든 학생과 모든 교사가 참여한 시집을 내놓기까지 학교 구성원이 나누었을 대화는 학교장과 교사가 함께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라는 추정은 합리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