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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충덕 Dec 02. 2023

루쉰의 소설

[루쉰전집 2 ] 외침   방황

  

  루쉰은 에세이와 소설로 중국 근대화라는 시대정신을 실천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다. 마오 저뚱이 루쉰의 글을 어렵게 구해 읽었음을 <마오의 독서 생활>에서 밝혔다. 소설을 쓰게 된 까닭을 ‘친구의 권유’라고 밝히고 있지만, 중국에서 태어나 유학생으로 의학을 배우다 ‘문학으로 전향하여 중국을 계몽해야겠다’라는 ‘시대정신’을 실천한 일이 진실이라 생각한다.     


   루쉰 전집 2에 실린 <외침>은 루쉰이 1918년부터 1922년까지 쓴 14편의 단편소설을 실은 작품집이다. <방황>은 1924년부터 1925년까지 쓴 단편소설 11편을 묶었다. ‘광인일기’, ‘아Q정전’ ‘고향’ 등 일부 소설은 전집이 출간되기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이 읽었으나 전집에 실린 것을 다시 읽으니 작품을 쓴 시대 상황과 루쉰의 정신을 가깝게 느낄 수 있다. 많이도 읽고 암송하는 ‘희망’도 루쉰의 소설 ‘고향’의 끝 문장이라 다시 옮긴다.     

  “희망이란 본시 있다고도 없다고도 할 수 없는 거였다. 이는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시 땅 위엔 길이 없다. 다니는 사람이 많다 보면 거기가 곧 길이 되는 것이다.”

 루쉰이 희망을 말한 것은 장자의 도행지이성(道行之而成)에서 배운 것이다. 장자는 도를 찾을 것인가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대하여 만드는 것이라고 하였다.      


   ‘아Q정전’에서 정전이라 이름 지은 까닭에서 ‘언어유희’, ‘창의’란 단어를 떠올린다. 소설은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게 제격이다.

   루쉰의 소설을 읽으며 1920년대 중국의 상황인 “ ‘봉건’과 ‘근대’,

서양 강국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조급하게 선택한 ‘쇄국’과 ‘개방’으로 들어온 서양 문물과 사상에 대한 불안이 뒤섞임,

인습에 따라 살라가는 궁벽한 ‘농촌’과 혁명이 문물과 함께 드나드는 ‘도회’,

여자아이를 둔 부모는 ‘채권자’이고 ‘대인’이라 불리는 지방 유지의 권력,

변발과 짧은 머리,

여학교를 누구는 ‘세상 말세야’로 보고 누구는 ‘중국의 희망’으로 보는 시각,

배고픈 지식인이 살아가는 모습,

 ‘샹린댁’의 기구한 운명과 자살(소설 제목은 ‘축복’으로 아이러니 자체),

성홍열이 아닌 홍역에 불과한 질병으로 안도하는 ‘형제애’,

진실을 너무 일찍 말해 버린 가난한 신랑이 아내의 죽음을 슬퍼하며 때로는 죽을 때까지 ‘진실은 가두어두거나 망각해야 한다’는 고백과 다짐,

할머니 장례를 치른 후 하녀에게 무기한 집을 임차하여 표현한 과거로부터 근대로 옮겨가는 형식,

 ‘비누’ 처음 써보는 기쁨과 의성어 ‘뽀드득뽀드득’으로 표현한 저급함,”등을 느낄 수 있으니 하는 말이다.


   이렇듯 소설에서 등장하는 지역(루전)과 번역하고 글을 짓는 지식인의 모습은 루쉰의 자기표현일 듯하다. 루쉰이 중국인의 의식 계몽과 근대화에 미친 영향력을 생각할 때 이미 낡은 표현이고, 때로는 알면서도 지켜내지 못하는 안타까움의 시초랄 수 있는 ‘펜의 힘은 칼보다 강하다’라는 문장의 유효 기간은 남아있다는 생각이다.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루쉰의 역할을 하려는 사람은 누구인가?     


                                                                      2015년 11월 29일 일요일에 쓰고 일부 수정보완함


루쉰전집번역위원회에서 옮겨 ‘그린비’에서 2010년 12월 초판 1쇄, 2014년 5월 초판 2쇄가 나왔다.  

415쪽 분량, 양장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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