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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충덕 Dec 03. 2023

루쉰 전집  3

시    산문    단편소설

<루쉰 전집 3>은 산문시를 담은 ‘들풀’, 12편 산문을 수록한 ‘아침 꽃 저녁에 줍다’, 단편소설 8편을 수록한 ‘새로 쓴 옛날이야기’를 묶었다.  

    


<들풀(野草)>

20여 편의 산문시와 ‘제목에 부쳐’라는 이름으로 작가의 말을 실었다. 

‘그림자의 고별’에서 그림자는 암흑에서도 광명에서도 볼 수 없다는 것을 표현한다. 흑백논리, 이분법적 사고로서는 설 수 없는 자리가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서 사고의 틀을 배운다. 

‘복수’에서 예수가 저항하지 않고 못에 박히는 것을 감수한 것은 유대인에 대한 복수라는 시각으로 해석한다. 

‘희망’에서 절망이 허망한 것은 희망과 마찬가지라 말한다. 

‘눈’은 습설과 건설의 차이, 큰 땅덩어리를 가진 중국의 눈에 관한 이야기다. ‘연’은 형의 눈으로 본 동생 놀이의 가벼움에 대한 평가를 담고 있다. 원한 없는 용서는 거짓일 뿐이란다. 

‘아름다운 이야기’는 졸다가 꾼 꿈이야기다. ‘

길손’은 길손이 가려는 서쪽은 지주, 추방, 감옥, 눈물, 겉에 바른 웃음이 없는 곳이다. 그곳에 가는 길은 쉽지 않다. 온통 상처를 감당해야 한다. 

‘개의 힐란’, ‘잃어버린 지옥’, ‘빗돌 글’, ‘무너지는 선의 떨림’, ‘입론’, ‘죽은 뒤’는 모두 꿈에 관한 이야기이자 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이야기들이다. 루쉰은 당시 프로이트에 대해 알고 있었다. ‘잃어버린 지옥’은 신과 마귀가 천국이 아니라 지옥의 통치권을 두고 싸우니, 승자가 누구이든 지옥은 지옥이라는 이야기다. 

‘죽은 뒤’는 운동 신경만 훼멸 되고 지각은 남아있는 죽음 상태를 그린다. 이는 쑨원이 죽은 뒤 언론 행태를 파리에 견주어 쓴 글이다.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朝花夕拾>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는 루쉰 연대기로 볼 수 있다. ‘살 날을 죽어지내는 것과 다름없지만 그래도 ---하기에는 할 만한 일이다.’ 

‘키다리와 산해경’은 어린 시절 보모에 대한 추억을 담고 있다. 

‘24 효도’는 근대를 살아가는 루쉰이 전통적인 효도에 대한 생각을 풀어둔다. 

‘오창묘의 제놀이’는 유년시절 볼거리인 제놀이를 가기 전 아버지가 「감략」을 외우도록 한 추억을 떠올린 글이다. 

‘백초원에서 삼미서옥으로’는 어릴 때 놀던 후원에 대한 추억과 서당 선생님에 관한 이야기다. 

‘아버지의 변환’에서는 한의사에 대해 느끼는 실망감을 표현한다. 

‘사소한 기록’은 유학을 가기 전에 배움을 위해 여기저기 학교에 다닌 기록이다. ‘후지노 선생’은 센다이 의학 전문학교 유학 당시 가르침을 받은 내용이다. 

‘판아이눙’은 신해혁명기 유학 시절 후배가 본 루쉰에 대한 인상의 변화를 기록하고 있다.

‘후기’에는 삽화를 고르려고 여러 그림을 비교하던 두 달의 기록이다.     


<새로 쓴 옛날이야기(故事新編)> 단편소설 8편이다. 역사 속의 사건이나 인물을 끌어들여 현재 상황을 표현하는 식으로 쓴 역사 소설이다. 백이와 숙제, 곤, 묵자, 공자, 노자, 중국의 신화를 소재로 현재를 풍자하거나, 비판한다.     

     


[한국 루쉰전집번역위원회]의 ‘『루쉰 전집』을 발간하며’에 밝힌 몇 가지를 옮긴다. 

“루쉰을 읽는다. 이 말에는 단순한 독서를 넘어서는 어떤 실존적 울림이 담겨 있다. 그래서 루쉰을 읽는다는 말은 루쉰에 직면한다는 말의 동의어가 되기도 한다.” (중략) “루쉰은 이미 인류의 고전이다. 그 없이 중국의 5․4를 논할 수 없고 중국 현대혁명사와 문학사와 학술사를 논할 수 없다. 그는 사회주의 혁명 30년 동안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성역으로 존재했으나 동시에 사회주의 이데올로기의 금구(金口)를 타파하는 돌파구가 되었다. 근대 이행기의 암흑과 민족적 절망은 그를 끊임없이 신과 구의 갈등 속에 있게 했고, 동서 문명충돌의 격랑은 서양에 대한 지향과 배척 사이에서 그를 배회하게 했다. 1930년대 좌와 우의 극한적 대립은 만년의 루쉰에게 선택을 강요했으며 그는 자신의 현실적 선택과 이상 사이에서 끝없이 방황했다. 그는 평생 철저한 경계인으로 살았고 모순이 동거하는 ‘사이주체’로 살았다. 고통과 긴장으로 점철되는 이런 입장과 태도를 그는 특유의 유연함으로 끝까지 견지하고 고수했다. 근저에 생명과 평등을 향한 인본주의적 신념과 평민의식이 자리하고 있다. 이것이 혁명인으로서 루쉰의 삶이다.”


책 끝부분에 역자들이 <들풀>,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 <새로 쓴 옛날이야기>에 대한 해설이 있어 산문과 소설 이해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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