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충덕 Feb 11. 2024

아침 그리고 저녁

2023 노벨문학상 작품

아침 그리고 저녁은 하루에 함께 존재한다. 하지만 아침과 저녁을 같지 않아 다르다.

하루를 공간으로 보면 아침과 저녁은 같은 공간에 있고, 시간으로 보면 다른 시간이다.    

 

소설의 주인공 요한네스의 아버지 올라이가 아내의 진통과 요한네스의 출산을 지켜보는 과정은 신의 은총과 사탄의 악을 동시에 느끼는 불확실 상황이다. 이분법적 사고와 ‘생각한다’라는 술어를 반복하며 할아버지의 이름을 딴 요한네스의 출산은 성공한다.     


주인공 요한네스의 등장이 할아버지인지 아들인지는 읽어가면서 알게 된다. 아버지 올라이가 살던 외딴섬에서 덜 외로울 수 있는 부두로 나와 바다를 배경으로 삶을 이끌어간다. 친구 페테르, 구두 수선공 요제프, 막내딸 싱네, 요한네스가 좋아했던 여인 등 지극히 적은 사람이 등장한다. 요한네스의 관점에서 주변 인물과 가족, 친구를 평한다. 


바다에서 육지의 삶으로, 생산자에서 연금생활자의 삶으로 변화하는 이분법적 사고를 드러내며, 루어(낚시에 쓰는 인조미끼)가 일 미터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일은 바다가 더 요한네스를 받아들이지 않음을 은유한다.      

소설이 초반을 지나며 이분법은 사라지고 삶과 죽음이 나뉘지 않고 함께 존재함을 서술하려 한다. 주인공이 던진 돌은 친구인 페테르, 망자의 몸을 통과한다. 망자와 대화하고 거닐고 추억한다. 막내딸 싱네가 매일 들렀던 아버지의 방문이 없자 요한네스가 누운 채로 삶에서 죽음의 세계로 떠난 것은 발견하고 요한네스는 이 과정을 살펴본다. 친구 페테르가 머리칼을 길레 늘어뜨리고 요한네스를 찾아온 것은 죽음으로 데려가려는 뜻이다.     


죽음은 두렵지 않고 멀리 있지도 않으며 내가 사랑했던 사람과 사랑하는 사람만이 있는 곳이다.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고 거대하고 고요하고 잔잔히 떨리며 빛나는 곳이라며 삶과 죽음을 구별하지 않은, 이분법을 벗어난 죽음을 그린다. 사람은 가고 사물만 남을 뿐이다.      


삶과 죽음은 아침 그리고 저녁처럼 함께 존재한다. 아침에 저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처럼 삶은 죽음을 두려워할 까닭이 없다.      


『아침 그리고 저녁』 은 2023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다. 기법이 독특한 것이지 진한 감동을 기대할 수는 없으나 초연한 삶의 자세를 본다.  

    

P.S. 모탕(나무를 패거나 자를 때 받쳐놓는 나무토막



작가의 이전글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