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 김용옥
도올 김용옥의 <논어한글역주 3> 읽기를 마친다. 수년 전 황태연 교수님의 <공자와 세계> 다섯 권을 읽고 났을 때의 기분과 엇비슷하다. 모르는 한자 투성이라 한자 한자 알고자 찾아서 읽다 보니 더디다. 글 쓰는 사람들의 ‘脫稿’와 다른 김용옥님의 ‘脫苦’중 일부를 옮긴다.
‘수년간의 치열한 준비과정이 있었지만 8천 매를 넘는 원고지를 긁어댄 것은 불과 5개월 동안이었다. 새벽 6시부터 밤 10시까지 꼬박 책상머리에 앉아 만권의 서향 속에서 씨름하면 푸른 하늘도 쳐다보지 못했다. 어두운 독방에 갇힌 죄수의 삶처럼, 다시 반복될 수 없는, 이토록 처절한 스케줄은 나의 삶의 업보라 해야 할 것이다.’ (중략) ‘우리나라에는 중국 고전의 우리말 번역전통이 거의 전무하다. 번역(translation)은 없고 전자(전자, transliteration)만 있는 것이다. 나의 원칙은 단 하나! 오늘 21세기의 한국 젊은이들이 읽어서 이해할 수 있는 경전을 만드는 것이다’
<논어한글역주 3>은 제팔 泰伯부터 제이십 堯曰까지를 원문과 여러 학자의 해석을 한글로 번역한 것이다. 밑줄 친 내용을 배우려 한다.
泰伯 第八
: 맹자 시대에 증자학파에 의하여 편집, 증자를 돋보이게 하려고 공자의 로기온 자료를 활용한 21개 장
‘少年易老學難成 一寸光陰不可輕 未覺池塘春草夢 階前梧葉已秋聲’은 14세기 무로마치 막부 시대에 임제종 선승의 작품임이다. 1901년에 증보된 명심보감 권학편에 실려 있고 모택동도 즐겨 암송했다는데, 이 시에 대한 진실은 중국대륙에서 인정하는 바다.
子曰 : 民可使由之, 不可使知之 “백성은 말미암게 할 수는 있으나, 알게 할 필요까지는 없다.” 이는 유가의 愚民정책의 사례로 거론되는 등 분분한 해석을 소개하며 전통적 해석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자한子罕(“공자 드물게”) 第九
: 논어의 핵은 ‘술이’와 ‘자한’이란다. 공자 직전제자들의 구송이다. 다공, 금뢰, 안연, 자료가 등장한다.
서자여사부 불사주야 逝者如斯夫! 不舍晝夜(“가는 것이 이와 같구나! 밤낮을 그치지 않는 도다!”) 공자의 세계관은 철저히 시간적이다.
子曰 : 후생가외 後生可畏(새로 자라나는 젊은 생명들은 참으로 두려워할 만하다.) 이는 공자의 인간 지성의 진보에 대한 확신이다. 앞으로 올 세대들이 분명 지금 세대보다는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신념이다.
子曰 : 三軍可奪사也 匹夫不可奪志也(삼군의 병력으로부터도 장수를 빼앗을 수 있으나, 초라한 필부에게서도 그 뜻을 빼앗을 수 없다.) 인간의 의지가 얼마나 위대한 것인가를 보여주는 공자의 명언이다.
鄕黨 第十 :
공자의 언행에 대한 내러티브다. 공인으로서의 모습과 사인으로서의 모습을 그린다.
廐 화. 子退朝, 曰 : “傷人乎?” 不問馬.(공자의 집안 마구간에 불이 낫다. 공자께서 조정에서 돌아오시어 이를 아시고 말씀하시었다. : 사람이 상했느냐? 그리고 말에 대해서는 묻지 않으셨다.) 공자의 휴매니즘
先進 第十一 :
공자가 제자들의 賢否를 평한 것
자로가 제기한 귀신, 죽음의 문제에 대한 공자의 불가지론적 입장(삶에 대해서도 아직 다 모르는데 어떻게 죽음을 알겠느냐? 죽음을 논할 필요조차 있겠느냐?)
過猶不及 과한 것이 불금한 것보다 더 나을 것은 없다.
<논어한글역주>는 선진편의 집주까지만 역주하고 있다.
顏淵 第十二 :
仁에 대한 사제문답을 담고 있다.
기소불욕 물시어인 己所不欲 勿施於人(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도 베풀지 말라) 독자가 제일 마음에 두는 글이다.
‘물에 젖듯이 서서히 스며드는 讒言과 피부로 느끼듯이 절박하게 다가오는 誣告의 호소가 먹혀들지 않는 사람이라면 밝다고 일컬을 만하다’
民無信不立 백성은 믿음이 없으면 설 수가 없다. 위정의 근본적 요체가 식이나 병과 같은 부국강병의 물리적 조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근간을 떠받치는 도덕적 신뢰에 있다. 박근혜를 보라.
군자지덕풍, 소인지덕초, 초상지풍, 필언 君子之德風, 小人之德草, 草上之風, 必偃(군자의 덕은 스치는 바람과도 같고, 백성들의 덕은 풀과도 같다. 풀 위에 바람이 스치면, 풀은 누울 뿐이다)
충고이선도지, 불가즉지 忠告而善道之, 不可則止 (친구에게 충심으로 권고하여 바르게 이끌어 주어라. 그러나 너의 충심이 먹히지 않을 때에는 중지하라)
子路 第十三 :
정치를 다룬 편이다.
詩三百이라는 표현은 이미 공자 시대에 시경이 문자로 완성되었음을. 송시삼백‘誦詩三百’이란 교양 일반의 한 예다.
중용의 인간은 현실적으로 만나기 어렵다. 현실적인 인간은 항상 과불급이 있다.
子曰 : 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
子貢問曰 : 鄕人皆好之 如何? 子曰: 未可也, 鄕人皆惡之, 如何? 子曰 : 未可也, 不如鄕人之善者好之, 其不善者惡之(동네사람 모두가 한 사람을 좋아한다면 어떠합니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모두가 한 사람을 미워한다면 어떻습니까? 이에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선한 삶들이 그를 좋아하고, 선하지 못한 사람들이 그를 미워하는 것만 같지 못하다)
憲問 第十四 :
雜纂된 것이다.
물망재거 勿忘在莒(우리가 지금 거나라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
子曰 : 불환인지부기지, 환기불능야 不患人之不己知, 患其不能也(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나의 능력이 모자라는 것을 걱정해야 한다.)
하학이상달 下學而上達
衛靈公 第十五 :
공자의 육성을 전하는 금언이나 격언이다.
이편에도 “기소불욕 물시어인” 己所不欲 勿施於人이 나온다.
季氏 第十六 :
공자 왈 : (중략) 급기노야, 혈기기쇠, 계지재득 及其老也, 血氣旣衰, 戒之在得 (늙어서는 혈기가 이미 쇠미하니 경계함이 得에 있다.) “得에 집착하여 평생 쌓아놓은 도덕성을 하루아침에 까먹는 늙은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도올은 돌의 품음 말이다. 돌은 困의 상징이다. 이 장의 핵심은 생이지지에 있는 것이 아니라 “困而不學”에 있다. 困한데도 배우지 않는 것은 죄악이라는 것이다.
陽貨 第十七 :
子曰: 성상근야, 습상원야 性相近也, 習相遠也(태어나면서 사람의 본성은 서로 비슷한 것이지만, 후천적 학습에 의하여 서로 멀어지게 된다.) ‘공자의 인간 본성에 관한 유일한 언급이다.’ 性은 태어나면서부터 心의 경향성 일뿐이며, 끊임없이 대상세계와 교섭해 나가면서 가치를 형성해 가고 종국에는 義로운 인간이 되어 가는 것이다. 인간의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주는 공자의 말이다.
子曰: 교언영색 선의인 巧言令色 鮮矣仁 (말 잘하고 표정을 꾸미는 사람치고 인한 이가 드물다)
微子 第十八 :
출처진퇴에 있어서 현명하게 처신한 현인들 이야기다.
子張 第十九 :
공자와 제자들의 말과 문답이다. 자장, 자하, 자유, 증자. 자공의 5부작 언행록이다.
자하왈: 절문이근사 切問而近思(절실하게 묻고 가까운 데서 생각하라)
“법무를 담당한 윗 관리들이 道를 잃어버려 민심이 이반 된 지가 오래되었다. 범죄의 정황을 취조하여 그 실정을 파악했으면, 우선 그들을 긍휼히 여겨야지, 사실을 알아냈다고 기뻐하지 말아야 한다.” “시간처럼 위대한 정의는 없다.”
堯曰 弟二十 :
군자의 위정자로서의 자격조건을 논구하다.
<논어한글역주 3>은 통나무에서 2009년 1월 1판 2쇄, 본문 637쪽 분량으로 내놓은 것이다. 전 3권이다.
덧붙인 雜多 :
‘로마인들은 다신론의 포용적 종교 문화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다지 기독교를 박해할 이유가 없었다. 단지 그들이 박해한 것은 로마제국에 항거하는 유대인들의 정치 반란이었을 뿐이다.’
성장한 후에 “오소야천 吾少也賤”(나는 어릴 때는 천한 사람이었다)이라고 말할 수 있는 큰 인물이 되어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