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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충덕 Aug 24. 2023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수레바퀴 아래서

한국교육의 현 주소를 생각할 때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를 떠올리며 가슴이 먹먹하다.


 평범한 가족을 먹여 살리는 요제프 기벤트라의 아들 한스 기벤트라가 주인공이다. 

시골 동네에서 천재가 나왔다는 평가받으며 국비로 공부할 수 있는 주 시험에 2등으로 입학하기까지가 소설의 전반부이다. 총명한 한스는 동네 목사, 라틴어 학교 교장 등으로부터 가르침을 받고 주 시험에 합격한 후 자연을 벗하며 마음껏 뛰어논다. 당연히 그는 아버지와 동네의 자랑거리였고, 한스도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기숙학교에서의 삶이 한스에게 변화를 가져오기 전까지 모범생으로 공부한다. 소설은 기숙학교 학생들의 하나하나에 초점을 맞춰 개성과 사회성을 묘사한다. 힌딩거는 연못에서 익사하고, 루치우스의 음악적 재능 없음, 하일거의 반항적 태도와 우울증이 주요 소재다. 한스는 튀는 행동으로 근신령을 당한 하일거와 우정을 키워가며 학교와 멀어져간다. 하일러의 수도원 탈출과 퇴학은 한스에게 충격이 되고, 공부에 재미를 느끼지 못해가며, 영혼은 불안과 절망에 싸여 허우적거린다.

요양휴가를 떠나 집으로 돌아온 한스는 신경쇠약으로 괴로워하고 아버지의 기대를 저버렸다는 죄책감에 힘들어한다. 엠마와의 키스와 이별은 사랑은 달콤함으로 포장되어있으나 쓰디쓴 맛을 낸다는 것을 알아버린다.

기계공으로 살아가기로 정하고 일을 배우던 날들을 보내던 중 늦은 밤까지 술을 마신다.

싸늘한 시체가 되어 어두운 강물을 따라 골짜기 아래로 떠내려간다. 술이 원인인지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는다.      


   학교 다니는 자식을 준 부모라면, 한스 기벤트라처럼 방황하거나, 자살하거나 하면 어쩌나 걱정을 할 수 있다. 특히 최근 학교폭력 피해자들이 언론에 자주 등장해 우리를 아프게 한다. 20세기 초 독일의 학교와 21세기 한국의 학교가 다른가? 아니다. 너무나 닮았다.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가 자녀를 학교에 보낸 부모에게 가슴 졸이게 한다. 이것이 우리 교육의 현주소이자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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