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욤 뮈소 장편소설
내가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면 무엇을 원할까?
주인공은 예순이 된 헌신적이고도 유능한 의사인 남자 주인공 엘리엇. 현재 악성 폐암 말기. 엘리엇 애인으로 10년간 사귀었지만 30년 전에 타인이 된 일리나. 엘리엇과 10여 년간 절친이었지만 30년간 소원했던 매튜. 엘리엇의 스물이 된 대학생 딸 앤지.
엘리엇, 일리나, 매튜는 스물, 열아홉의 나이에 지하철 사고 현장 함께 있었다. 기욤 뮈소는 소설 후반부에 셋의 緣을 알려준다. 엘리엇과 일리나는 첫눈에 서로를 알아봤고, 사고 현장에서 엘리엇은 매튜를 구해내 사랑과 우정을 키워간다.
엘리엇의 나이 서른, 일리나가 스물아홉이었던 1976년이 소설 속 주된 시간이다. 엘리엇의 나이 예순인 2006년도 소설 속 주된 시간이다. 엘리엇은 1976년과 2006년을 넘나 든다. 운명을 바꾸기 위해 공간 배경은 아름다운 샌프란시스코다. 공간 일부분은 일리나가 아쿠아리움에서 고래를 돌보는 수의사로 일하는 플로리다.
시간여행이 가능했던 까닭은 캄보디아 의료봉사에 헌신적이었던 엘리엇의 행동에 감사한 마음으로 노인이 건네준 열 개의 알약 덕분이다. 알약으로 시간여행을 한다는 것이 황당한 이야기이지만 기욤 뮈소의 소설에서는 황당하기보다 영화를 보는 듯하다. 아홉 개의 알약은 엘리엇이 일리나를 죽음으로부터 살리기 위해 먹고, 한 개는 매튜가 먹어 엘리엇과 일리나를 만나게 한다.
엘리엇과 일리나는 서로 사랑하고, 일리나는 아이를 갖기를 원한다. 엘리엇은 자신이 없다. 엘리엇의 유년 시절 기억은 폭력과 두려움으로 뇌리에 생생하게 각인돼 있다. 운명의 여자 일리나를 만났고, 목숨보다 더 사랑했지만, 아빠가 되는 것만큼은 끝내 망설인다. 그저 사랑을 주지 못할까 봐, 그의 부모처럼 자식에게 고통만 안기게 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앤지는 이탈리아에서 열린 의학 세미나에서 베로나 출신 심장 전문 여의사와 짧은 만나에서 얻은 딸이다. 엘리엇은 아무런 준비도 없이 아빠가 되었지만, 그의 인생은 이전과 완전히 달랐다. 앤지를 키우면서 어두운 터널 속에서 헤매던 그의 인생은 마침내 살아야 할 진정한 의미를 찾게 된다.
왜 엘리엇은 목숨보다 사랑한 일리나와 헤어져야 했는가? 시간 여행을 통해 30년 후의 엘리엇은 서른 살의 엘리엇에게 엘리엇의 일리나에 대한 소극적 태도와 헌신적인 의사 역할의 충돌로 헤어진다. 일리나는 불안한 심리상태로 일터에서 고래에게 목숨을 잃는다. 시간여행으로 예순 살에 일리나 죽음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자책한 그는 운명을 거스르기 위해 시간여행을 시도하여 과거로 돌아간다. 시간여행을 통해 30년 전으로 돌아간 엘리엇은 일리나의 목숨을 지키는 대가로 일리나와 헤어지고, 메튜와도 헤어진다.
악성 폐암은 엘리엇을 먼 나라로 초대하고, 메튜와 일리나에게 시간여행과 일리나의 목숨을 살리고 비밀을 지키기 위해 30년 전에 그토록 무정했음을 편지로 남긴다. 메튜는 엘리엇의 장례에서 앤지로부터 편지를 받아 읽고 일리나에게 전하고, 일리나는 샌프란시스코 해변에서 엘리엇을 다시 만난다.
소설이 나를 가르치는 경구다.---
- 아빠로 태어나는 게 아니라 노력해서 아빠가 된다.
- 떠날 때가 되어서야 이 빌어먹을 인생의 가치를 깨닫게 된다.
- “자네는 인생이 한참이나 남은 것처럼 일리나를 대했지. 하지만 사랑은 그런 식으로 하는 게 아니라네”
- 당신이 아무리 피하려고 애써도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당신이 아무리 간절히 원해도 일어나지 않을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라마나 마하르쉬>
- 당신의 은신처는 당신 자신이다. 다른 곳은 없다. 당신은 다른 사람을 구원할 수 없다. 당신 자신만 구원할 수 있을 뿐이다. <싯다르타>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는 ‘밝은 세상’에서 2007년 4월 초판을 내놓았다. 독자는 2016년 2월 2판 38쇄, 본문 332쪽 분량, 통속, 대중소설을 읽은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