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하얗게 물들어가는 겨울은 지나온 발걸음을 돌아보기 좋은 계절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 해의 마지막을 장식하기도 하면서 새로운 한 해로 이어지는, 연결고리와 같은 역할을 하는 계절이기에. 그리고 다른 계절은 비가 내리거나 낙엽이 떨어져 발걸음을 볼 수 없지만, 겨울은 소복이 쌓인 눈 위로 내 발자국이 또렷이 남게 되기에 더욱 그렇다는 마음이 든다.
얼마 후 모두가 똑같은 자리에서 뒤를 돌아보게 될 텐데, 그때의 내 발걸음은 어떤 모양을 하고 있을까? 삐뚤게 걸어온 모습도 좋고, 미끄러져 넘어진 자국이 있어도 좋다. 다만 내가 바라는 것은 내 발걸음이 한결같은 속도로, 해가 지는 방향을 향해 이어져 왔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