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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다 Dec 27. 2023

차가움이 주는 선물


 나그네의 외투를 벗겼던 건 거센 바람이 아니라 뜨거운 햇살이었던 것처럼, 세상에는 생각지도 못 했던 것들이 원하는 결과를 이룰 때가 있다.


 나는 지금껏, 빠르게 지나가는 순간을 현재에 머무르게 할 수 있는 것은 따뜻함만이 해낼 수 있는 능력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겨울, 어떤 계절에도 흐름을 멈추지 않던 강물을 유일하게 멈춰 세운 차가움의 능력을 보면서 내 생각이 조금 틀렸음을 깨닫게 되었다.


 7월의 찬란함이 눈부시기는 하지만 우리는 한여름에 과거를 돌아보지 않는다. 12월이 되어서야 비로소 지난 시간을 반성하는 이유. 한겨울이 되어서야 지나간 것들을 더 추억하게 되는 이유. 아마도 이것은 오늘의 강물을 얼린 차가움이, 쉼 없이 달려온 우리에게 주는 휴식이자 선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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