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복어가 독을 스스로 만들어 낸다고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복어는 섭취하는 먹이에 의해 독이 점점 체내에 축적되는데, 신기한 것은 독이 없는 양식 복어의 수조에 자연산 복어를 넣으면 독이 없던 복어에서도 독성이 생겨난다는 점이다. 나는 이런 복어의 생태를 보면서 문득 학생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왜냐하면 학교에서도 복어의 독이 만들어지는 것과 유사한 일들이 종종 있어왔기 때문이다.
세대를 막론하고 학교 안에는 항상 심각한 말썽을 부리는 아이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상식의 선을 넘어 같은 또래의 친구들. 혹은 자신보다 약한 아이들을 괴롭히곤 하는데, 보통은 학교에서 적절한 제재를 받아 행동이 조금씩 개선되곤 한다.
하지만 그런 행동이 제대로 고쳐지지 아이들은 서서히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한다. 그들은 마치 복어가 독을 옮기듯 주변의 사람들을 물들이는데, 이런 전염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나곤 한다.
첫 번째는 같이 어울리는 아이들에게 나쁜 습관을 심는 경우다. 말썽을 부리는 학생에게서 독특한 카리스마가 풍겨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몇몇 아이들은 그 문제의 학생 주변으로 몰려든다. 그리고는 함께 어울리며 좋지 않은 습관들을 하나둘 만들어낸다.
대개는 학교에서 정한 규칙을 따르지 않는다거나 어른에게 반항을 한다거나 타인을 괴롭히는 형태인데, 중요한 것은 주변 인물들에게 자신이 보여주는 행동이 멋지고 우월한 것이라며 자랑을 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들은 흑백의 논리처럼 자신들과 어울리는 학생들에게는 자신의 색깔을 더 짙게 주입시키고 자신과 결을 달리하는(규칙을 준수하는) 학생들에게는 일방적인 괴롭힘을 일삼는데, 아이들은 이런 환경 속에서 점점 나쁜 습관이 심어지게 된다.
두 번째는 평범한 학생에게서 폭력성을 발현시키는 경우다. 이것은 문제 학생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학생이 시간이 흐른 뒤 다른 학생을 괴롭히는 인물로 발전이 되는 형태를 뜻하는데, 이 사례는 앞선 형태보다 그리 많지는 않다.
이런 형태는 잦은 괴롭힘에 의한 스트레스와 가해학생을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 주변 환경에 대한 불신이 주된 원인이라고 보여지는데, 해당 학생의 행동은 시한폭탄처럼 예고 없이 시작되기 때문에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해당 학생이 과거에는 피해자의 입장이었다가 이제는 가해자로 변질된다는 점에서 그 잘못과 원인을 지적하기가 조금 난해하다.
TV나 온라인상에서 흔히 '일진'이라는 단어로 문제 학생의 이야기를 많이 접하다 보니, 사람들은 보통 이런 문제들이 생기면 모든 잘못의 원인을 학생에게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 물론 바르게 성장하는 것을 거부하고, 누군가에게 직접적인 상처를 입혔다는 것만으로도 가해 학생에게 큰 잘못이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다만 나는 이런 학생들이 조금이나마 줄어들고, 개선되기 위해서는 보다 더 넓은 시각에서 학생의 문제를 바라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때로 교내에서 징계위원회가 열리거나 부득이하게 보호자를 호출해야 하는 큰 사건이 발생하면 학교에 부모님이 방문하는데, 이때 부모님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면 학생이 일으키는 잘못이 비단 그 학생만의 문제뿐만은 아니라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자신의 자녀가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결코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 그리고 큰소리를 내며 적반하장으로 피해 학생이나 선생님들의 행동을 지적하는 모습. 이에 더해 자신의 자녀에게 왜 잘못을 했는지 지적할 줄은 알면서도 어떻게 하면 바르게 행동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못하는 부끄러운 어른의 자세까지. 나는 이런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이 저지르는 잘못 이면에는 그 부모의 책임도 어느 정도 섞여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와 관련하여 조금 더 부연 설명을 하자면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의 대부분은 화목하지 못한 가정환경을 배경으로 두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가정폭력이 만연하다거나 고성이 오고 가는 부부 싸움이 빈번하게 일어난다거나 혹은 부모가 출장이나 업무로 오랜 시간 가정을 비우는 등, 가족 간의 대화와 정서 교류가 적을 수밖에 없는 환경. 나는 이런 환경을 보면서 복어가 독을 축적해 가듯, 문제의 학생들 또한 사회와 단절된 형태로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악행을 쌓아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 이전에 가장 먼저 예절과 규칙에 대해서 배우게 되는 곳은 단언컨대 가정이다. 그리고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듯, 아이들이 사회를 대하는 시선과 습관은 대부분 부모에게서 나온다. 따라서 나는 문제 학생들이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고 잘못된 행동을 그만두게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그들의 부모와 가정이 건전한 형태로 유지되어야 한다고 느꼈다.
무엇이 잘못된 건지를 배우기도 전에. 잘했다는 칭찬을 들으면 기분이 좋다는 사실을 배우기 전에. 틀리면 안 된다는 윽박과 방임에 의해 삐뚤어져서 자라게 되는 아이들. 그리고 그런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날카로움에 깊은 상처를 받게 되는 또 다른 아이들까지.
나는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는 그에 합당한 처벌이 필요함을 느끼면서도, 잘못된 것이 무엇이며 올바르게 행동하는 하는 일이 무언인지를 알려주는 어른의 자세 또한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장하면서 악행이라는 독을 쌓아가고 그 독으로 다시 주변을 물들이는, 복어와 같은 아이들이 더 이상은 나타나지 않았으면 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