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학교에서 근무를 하는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참 많은 선생님들과 직원들이 바뀌었다. 그중 학교의 관리자라고 불리는 교장 선생님은 세 번, 교감 선생님은 다섯 번이나 바뀌었는데, 사서라는 직업은 이런 학교 관리자분들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에 변화가 있을 때마다 매번 새로운 고충이 생기곤 한다.
학교 관리자가 바뀌면 보통 선생님들도 비슷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왜냐하면 정말 소수의 인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관리자들은 자신이 만족하는 모습대로,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모든 절차와 공간들을 바꾸려고 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이미 군대에서 비슷한 일들을 많이 겪었는데, 군대에서와 똑같이 학교의 관리자들 또한 무언가를 바꾸려고 할 때 비슷한 뉘앙스의 이유를 꺼내면서 실무자들을 압박한다. 선생님들에게는 "나도 교직 생활을 해봐서 아는데..."라는 느낌의 말을 많이 하고, 특수 실무자들에게는 "전에 있던 학교에서는 담당자가 이렇게 하던데..."라며 반론을 원천 차단한다.
경직되어 있는 집단에서 변화를 맞이하는 것은 어찌 보면 좋은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겪어본 바로는 관리자들이 제시하는 변화는 집단에 새로움을 준다거나 업무의 효율성을 높여주기보다, 그저 악순환을 반복하는 형태인 경우가 많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앞서 말한 것과 같이 교직원과 실무자들의 특성에 포커스를 맞추기보다는 그저 자신이 편하거나 보기 좋은 형태대로 바꾸려고 하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를 몇 가지 꼽아보면 대충 이러했다. 처음의 관리자가 "도서관을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다닐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라."라고 해서 그렇게 바꾸었더니, 바뀐 관리자는 "도서관에서 왜 아이들이 뛰어다니냐?", "그동안 관리를 제대로 안 했냐?" 라며 면박을 주었던 것.
또 어떤 관리자는 "도서관이 활성화되도록 공간 이곳저곳을 꾸며라."라고 하여 내부를 꾸몄는데, 바뀐 관리자는 그 모습을 보며 "도서관이 왜 이렇게 지저분하냐? 그냥 다 없애라."라고 지시를 하여 비효율적인 일을 반복하게 되었던 적도 있다.
기타 신기한 사례 중 하나는 몇 만권이나 되는 도서관의 장서들을 모두 꺼내어 날더러 확인하라고 하기에, "장서 점검은 어찌어찌 가능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꺼낸 책들이 섞이지 않도록 며칠간 도서관의 문을 닫아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니, 그 관리자는 "왜 그렇게 해야 되지? 나는 이해가 안 되는데?"라며 무지성으로 업무를 강요하기도 했다.
(사실 사서 혼자 개인 업무와 보조 업무를 겸하며, 짧은 시간 안에 도서실 전체의 장서를 모두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매번 관리자가 바뀔 때마다 생기는 새로운 고충들. 나는 이런 일들이 왜 지속적으로 생기는지를 고민을 깊게 해 보았는데, 이것은 아마도 관리자와 실무자 간의 소통이 많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경험을 통해 이야기하자면, 관리자들은 실무자들에게 동질감을 주기 위해서 "나도 그거에 대해서 잘 아는데."라는 말을 많이 한다. 하지만 이런 말은 사실, 대화의 문을 닫아놓는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에게는 경험이 많이 있으니,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는 것이 곧 옳은 방법이다라는 착각을 하는 것 또한 서로 간의 소통을 단축시키는 요인이 되곤 했다.
이에 더해 업무를 추진하는 과정에 있어서 좋은 성과를 내거나 업무를 잘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에 대한 보상이 주어져야 하는데, 보상보다는 오히려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지적을 하여 실무자의 의욕을 감소시키는 부분도 고충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관리자는 관리자대로, 실무자는 실무자대로 각각의 힘듦이 있음을 알지만, 고충을 해결하고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결국,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고 배려하는 자세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높은 직위의 사람은, 자신의 간단해 보이는 지시가 실무자들에게는 쓰나미가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실무자들은 자신의 침묵이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하며, 서로에게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고 조율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가 지나면 또 한 번 관리자가 바뀌게 되는데, 그때는 또 어떤 변화가 도서관에 불어닥칠지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온다. 그때가 오면 그저 내 마음이 조금 더 단단해져 있기를 기대해 본다. 그리고 나의 업무 역량도 지금보다는 나아져 있기를 희망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