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빛이 흐려진 어느 봄날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보며
나지막이 생각했다.
언젠가 따스한 계절이 찾아오면
내 삶도 저 하얀 꽃처럼
흐드러지게 피어날 수 있을까를.
그러다 바람이 불어
덧없이 떨어지는 꽃잎들을 보며
나는 다시금 고개를 저었다.
어찌 보면 내가 바라는 찬란함이란
작은 시련에도 추락하는 이 꽃잎처럼
내 삶을 아주 잠깐
스쳐지나갈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돌이켜보면 결국 나는
화려한 꽃잎이 아니라
그것을 매 계절 피워낼 튼튼한 뿌리와
가지가 필요했던 것 같다.
달콤한 바람에 흘러가버릴
잠깐의 선망이 아니라
오래도록 내 이름이 될
변치 않을 무언가가.